# 독일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베바스토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상하이에 첫 공장을 세웠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에 힘입어 이 기업은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베바스토의 대중국 투자는 중국 업계의 기술 성장으로 이어졌고,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밑바탕이 됐다. 독일 역시 대중국 수출에 힘입어 경제 부흥을 이룩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업계 약진에 따른 경쟁 심화에 베바스토는 최근 1600명을 무더기로 해고해야 했다.
'차이나쇼크 2.0'이 시작됐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간 20년 넘게 이어진 경제 밀월 관계가 막을 내리고, 양측은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정교한 기술과 막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휘두르며 세계 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자, 서방 각국이 징벌적 관세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차이나쇼크 2.0 배경엔 중국 부동산 침체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중국 기업이 세계 공급과잉과 제품가격 폭락을 유발하는 차이나쇼크 2.0 시대가 열렸다고 최근 보도했다.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며 각국 제조업 일자리가 증발한 차이나쇼크 1.0에 이어, 차이나쇼크 2.0이 세계 제조업 분야를 휩쓸고 있다.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지자, 중국은 부동산 주도 성장에 마침표를 찍고 첨단산업으로 성장엔진을 교체했다. 중국은 '신싼양(新三样, 태양광 패널·배터리·전기차의 3대 신품목)'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삼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신싼양'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9% 증가한 1조600억 위안을 기록했다.
내수시장이 위축되자 중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점 역시 저가 공세의 강도를 더했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으로 부상한 중국 BYD는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 BYD가 수출에 사활을 거는 건 내수 둔화 때문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329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2% 증가한 132만4000대를 기록했다. 이미 작년 한 해 수출량의 25%를 넘어선 수준이다.
관세 카드 통할까?…中 오히려 투자 확대
미국, 유럽 등 기업들은 줄도산 처지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태양광 패널 가격은 레드라인으로 통하는 와트당 15센트 아래로 고꾸라진 지 오래다.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2910억 유로(약 427조원)에 달했다. 35억 유로의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 진입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6.7%나 증가한 것이다.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의 평균 소매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6만5000유로가 넘었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 평균 가격은 3만1000유로 수준이었다.독일 기업들은 중국 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내 인력을 줄여야 할 처지다. 독일 자동차 부품기업 보쉬는 일자리 수천 개를 줄이면서, 중국 연구 개발 및 생산 센터에 수십억 유로를 투자했다. 독일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4.2%나 쪼그라들었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은 "독일 기업들은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동시에 3국에서 중국 경쟁사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은 중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으로 이르면 올해 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높일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현행 관세보다 3배나 높은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서방의 비판에도 중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7개 부처는 지난 9일 '산업 장비 갱신 촉진 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산업 장비 투자를 25%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산업의 장비를 최첨단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핵심 산업의 생산 장비를 친환경으로 전환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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