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17일 "글로벌 기업이 중국과 세계의 경제 무역 협력을 촉진하고 중국 제조업과 해외 시장을 연결해 글로벌 수요와 공급의 효율적인 매칭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날 오후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캔톤페어)를 찾아 해외 바이어들과 좌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국의 과잉공급 문제를 지적한 가운데서다.
중국 대외무역 '바로미터'로 불리는 캔톤페어는 전 세계 각지 바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출 계약을 따내며 거래를 성사시키는 장이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열리는 캔톤페어는 올해 봄철 전시회로 135회째를 맞이했다. 지난 15일 개막한 이번 전시회는 5월 5일까지 약 20일간 3차례로 나뉘어 열린다.
이날 리 총리는 특히 "캔톤페어의 발전은 전 세계 기업이 중국의 기회를 공유하고 상호 이익과 상호 윈윈을 실현한 역사이자, 중국의 지속적인 개방 확대와 국제시장과 융합하는 사례"임을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높은 수준의 국제경제무역 규칙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시장접근을 확대하며 외국 기업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인터 이케아(스웨덴), 월마트(미국), 코펠(멕시코), 룰루(UAE), 마르장(모로코), 니토리(일본), 오샹(프랑스), 케스코(핀란드), 카완라마(인도네시아) 등 해외 각국 대형 유통소매업체 수장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리 총리에게 캔톤 페어를 통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계속 확장하고, 자유 무역을 발전시키며,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최근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미·중 간 무역갈등의 새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시장에 쏟아지는 중국산 전기차·배터리·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제품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이 과잉생산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수출은 국제 노동분업과 시장 수요에 기초한 것임을 강조해왔다.
궈칭양 싱가포르 국립대 공공정책대학원 부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사실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기존에 철강·시멘트 등 전통산업 분야에서도 존재했지만, 미국은 자국에 전략적 위협이 되지 않았기에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신 수출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태양광 패널·배터리·전기차 등 이른바 '신싼양(新三样, 3대 신 품목)'이 하이테크 주력상품인 데다가, 전 세계 무역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면서 미국은 자국의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선두 지위가 약해질 것을 우려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천보 중국 랴오닝대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을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논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천 연구원은 "올해 치러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재 미국 정가에는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시키려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중국에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는 많지 않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이미 중국산 태양광패널 제품에 엄중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데다가, 중국산 전기차의 미국 수출량도 많지 않다는 것, 또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이 산업적 우위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이 중국산에 제재를 가할 경우 미국 내 제조비용이 높아져 결국엔 자국 산업도 막중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과잉공급 우려 속에서도 올해 캔톤페어에서는 중국의 친환경 제품이 각광 받았다. 저우산칭 캔톤페어 신문중심 주임 겸 중국대외무역센터 부주임은 "올해 캔톤페어에서 '신싼양' 제품 전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덕분에 캔톤페어 열기는 뜨거웠다"고 보도했다. 특히 "서방국에서 제기하는 중국 친환경 산업에 대한 과잉공급 우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듯보였다"며 "중국 신에너지 제품 수출업체 주문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캔톤페어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참가하는 중국 기업 수는 2만9000곳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15개 국가 및 지역의 해외 바이어 14만4000명이 사전 등록을 마쳤는데, 이 중 미국 바이어는 전년보다 21%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