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불거진 중동 지역 갈등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액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증시마저 일제히 내림세를 보여 이 지수들과 연동된 미국과 일본, 유럽 증시 ELS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19일 홍콩 주식 시장에서 H지수는 전일보다 0.99% 하락한 5746.6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약 5개월 만에 6000선을 터치한 뒤 7거래일 동안 최저 5700선까지 후퇴했다.
은행과 투자자는 H지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지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ELS 상품에 대해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H지수가 6000으로 오르면 2분기 예상 손실액은 2조3000억원으로 수백억원 감소하게 된다. 6500대가 되면 2조700억원대까지 줄어들고 이 수준을 유지하면 8월부터는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 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H지수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1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됐는데 중동사태로 회복이 늦어지면 원금 손실 우려는 커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중동발(發) 긴장감 고조로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이 지연되면서 해외 주식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주요 주식과 연동된 ELS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미국 S&P500과 유로스톡스50, 일본 니케이255는 지난달 말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며 훈풍이 부는 듯했으나 현재는 고점 대비 4~10%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등 주요국 주가지수 ELS에서 홍콩 ELS 손실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LS는 보통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가 발행 시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 구간에 진입하도록 설계된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면 조기 상환되지만 증시 변동폭이 큰 상황에서는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만기 손실 우려가 크진 않아도 증시에 급격한 가격 조정이 발생하면 이들 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손실 위험이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6개월간 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총 9조1161억원어치 발행됐다. 유로스톡스50과 니케이225 기반 ELS도 각각 8조6026억원, 4조1050억원어치 판매됐다. 특히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니케이255 ELS 발행액은 1년 전보다 42% 늘어 위험성에 크게 노출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홍콩 ELS 관련 손실이 현실화된 이후 니케이 등 해외 증시 연계 상품에 대해 대부분 판매를 중단했다"면서도 "개별종목, 특히 변동성이 큰 해외주식은 3년 후 만기 상환일 도래시 '제2의 홍콩 ELS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