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품 기업들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식품 기업은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가 18일 오후 1374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먼저 환율이 오르면 라면이나 빵, 과자에 들어가는 원맥(밀가루)과 원당(설탕) 수입 가격이 상승한다. 즉 환율 상승으로 제품 가격까지 덩달아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환율이 오르면 식품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밀가루와 설탕, 식용유 등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원당 매입 비용으로 8558억원을, 원맥을 사들이는 데는 3313억원을 썼다. 식용유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대두 매입 비용은 1조1430억원이었다.
원재료 수입 가격이 오르면 제품 원가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통 식품기업은 원재료 재고를 3~4개월치 저장해둔다. 하지만 고환율 상황이 계속될 경우 비용 부담은 높아진다.
CJ제일제당은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세후 이익이 182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CJ제일제당은 해외 식품 매출이 5조원을 넘길 만큼 해외 사업 비중이 커 해외 식품 판매로 원재료 수입 비용 상승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율 상승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예를 들어 오뚜기는 고환율 사태가 이어질 경우 매출·영업이익 등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측은 "사업계획을 환율 1300원대 중반을 기준으로 세웠는데 지금은 1400원에 가깝다"며 "환율 상승을 반영해 영업이익과 매출 목표를 조정하는 등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식품업계에 고환율은 달갑지 않은 상황. 하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은 고환율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8093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늘었다. 삼양식품은 사업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61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모든 수출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수출 제품은 달러로 대금을 받아 환율 상승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재고를 수개월치 보유하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영향은 당장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이 같은 고환율 사태가 이어지면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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