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가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의 새로운 잠재 불안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공실 확대는 물론 경매시장에서도 외면당하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탓이다. 일부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분양가 대비 3분의2 수준 가격에도 실입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 지식산업센터들이 여전히 저조한 입주율로 인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분양돼 완판을 기록한 경기 고양시 향동의 한 섹션형 지식산업센터는 현재 당초 분양가보다 25%나 낮은 금액에 전매가 이뤄지고 있다. 전용면적 35㎡의 매물의 경우 당초 약 2억4000만원에 분양됐는데 현재는 1억8000여만원에 시장에 나와 있다. 완판에도 입주를 앞둔 시점까지 입주율과 등기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인근 블록에 조성된 다른 지식산업센터 역시 최초 분양가보다 20% 낮은 ‘마이너스피’가 붙었음에도 전매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69㎡ 매물의 경우 최초 분양가인 약 4억6900만원보다 20%가량 낮은 3억7000여만원에도 실입주자를 찾지 못했다. 61㎡ 물건 역시 당초 분양가는 3억7700만원이었지만 시장에는 3억원대에 전매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미 입주를 마치고 임대차가 진행 중인 향동 내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은 여전히 5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고양시의 한 중개업자는 “인근 지산의 입주율이 바닥을 치면서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 입주를 시작하는 건물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지난달에는 분양가보다 30% 이상 낮은 전매 물건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분양가의 10% 이상을 현금으로 주는 물건도 늘어났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향동 지구의 한 중개업자는 “최근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 중 연체 등으로 신용 불량 위험에 처하거나 잔금을 치를 수 없는 사람들이 20%씩 손해를 보면서도 물건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내 지식산업센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역세권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매매가격이 올해 추가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실률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산동의 한 전문 중개업자는 “매매가격을 20%가량 낮췄음에도 새로운 입주자를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지난 부동산 활황기에 정부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 받았다. 대출도 분양가를 기준으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80%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에 부동산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현재는 수분양자들에게 막대한 금융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매 시장으로 향하는 지식산업센터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아파트형 공장 경매 매물은 133건으로 전년 동기의 48건 대비 약 177%나 늘었다.
전국 지식산업센터가 급증한 반면, 고금리와 시장 침체로 수요는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금융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자금을 조달받은 상황에서 착공을 하지 못한 지식산업센터 사업장이 현재 300여곳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관련한 대출 규모 등에 대한 통계를 집계해 상반기 중 이를 자료로 작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식산업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주택 시장보다 구체적인 공실률과 대출 규모 등에 대해 파악하기 힘든 구조"라며 "공급이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현황을 우선 파악한 후, 중앙정부가 기업의 입주 범위와 기업에 대한 입주지원을 유도하는 방향을 설정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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