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반년간 표류 중이던 우방국에 대한 안보 지원 내용이 담긴 130조원 규모의 미국 안보 예산안을 20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대만에 대해 미국이 든든한 후방 지원에 나설 모양새다. 반면 중국계 소셜미디어(SNS) 틱톡의 매각을 강제하는 법안도 통과돼 대중국 규제는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에 대한 지원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608억 달러(약 84조원) 규모, 이스라엘 지원안은 260억 달러(약 36조원)이다. 또한 대만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우방국 안보 지원안은 81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이다.
이 같은 우방국 안보 지원 법안은 지난 6개월간 난항을 겪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피로감을 느끼며 지원안에 반대 의견을 내비친 탓이다. 지난해 10월 백악관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대만 지원 내용을 묶은 1050억 달러(약 145조원) 규모 추경 안보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이들은 이스라엘 지원 내용만 떼어내 법안을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제화를 지연시켰다.
하지만 지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이 반전을 만들었다. 의회 내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속도를 내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친이스라엘 성향의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존슨 의장은 당내 초강경파 의원의 '축출 위협'에도 불구하고 안보 지원안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등 대상별로 쪼개 표결에 부쳐 천신만고 끝에 통과시켰다.
이 같은 지원안 통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중대한 분기점에서 그들(하원)은 역사의 부름에 함께 부응해 내가 수개월간 싸워온 시급한 국가안보 법안을 처리했다"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결정적 지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 옛 트위터)에 "오늘 우리는 마침내 고대해온 미국 지원 패키지를 받게 됐다"며 "이 법안을 지원한 모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하원은 초당적 지지 속에 중국계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의 강제 매각 수정안도 가결했다. 하원에서 이 법은 이날 찬성 360표, 반대 58표로 가뿐히 통과됐다. 이 법안은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계 업체 바이트댄스가 270일(90일 연장 가능) 내로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팔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지난달 처리된 유사 법안의 매각 기간은 6개월이었으나, 수정안에서는 최장 360일로 기준이 다소 완화했다.
이에 대해 틱톡 측은 강력 반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틱톡 측은 자사 앱 알림을 통해 수십 명의 사용자를 모아 의원들에게 법안 반대 의사를 전하는 전화를 퍼붓는 식으로 반대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틱톡은 해당 법안으로 1억7000만명의 미국 내 사용자와 이를 이용하는 700만개 기업에 피해를 줘 매년 24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하원 내 공화당 의원들은 매각 기한을 기존보다 늘려줬으나, 전체적인 규제 움직임엔 여전히 동의 의사를 표했다. 위 법안들은 다음 주에 민주당 과반인 상원에서 표결을 앞두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