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먹거리 물가는 계절적 요인이 큰 만큼 하반기 물가 안정의 열쇠는 유가 동향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체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를 기록했다. OECD 평균(5.32%)을 상회한 수준으로 집계된 35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71.12%),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 상승세는 다른 OECD 회원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급상승한 세계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지난해 7월부터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 먹거리 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5~7%대로 튀어 올라 지난 2월에는 OECD를 추월했다. 사과·배 등 과일 작황 부진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문제는 식자재와 식품 가격 외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특히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국제 유가가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동발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 한국으로선 사태 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농산물 가격 등은 계절적 요인이 커 조만간 잠잠해질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연말이 되면 물가 상승률 2%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름을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 유가가 뇌관"이라고 말했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2월 수입된 원유(1억7815만3000배럴) 가운데 중동에서 수입된 원유(1억2444만8000배럴) 비중은 69.9%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전체 수입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은 80%대를 유지하다 2018~2019년 70%대로 낮아졌다. 이후 미주·유럽산 원유 비중이 늘며 2021년에는 59.8%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71.9%로 재반등했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통계는 잠정치로 국내 석유 수급통계가 매년 6월 확정되는 만큼 중동산 비중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확대될 공산이 크다.
정부도 미주·유럽 등 비(非)중동지역에서 수입한 원유에 대해 수입 비용 중 일부를 환급하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 등을 시행 중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