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1개 캐피털(할부금융·리스)사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채권) 잔액은 4조1810억원으로 전년(2조8039억원)보다 1조3771억원(49.1%) 증가했다. 2012년 이후 2조원대에 머물던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4조원대로 불어났다. 더욱이 지난해 부실채권 잔액은 2001년(7조8151억원) 이후 22년 만에 가장 컸다. 당시 IMF 외환위기 여진과 함께 '닷컴 버블' 붕괴로 벤처기업으로 흘러간 금융투자에서 큰 부실이 발생한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잔액은 지난해 8조387억원을 기록해 1년 전(4조6912억원)보다 3조3475억원(71.36%) 급증했다. 저축은행 부실채권 규모도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기록했던 11조9360억원 이후 12년 만에 가장 컸다.
캐피털과 저축은행은 부동산 시장 활황과 코로나19 충격 이후 저금리 기조에 탑승해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 자산을 빠르게 늘려온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침체하자 부실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는 부실 지표에 당국도 직접 부실 점검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지난주 저축은행 연체율 관리 계획을 제출하도록 한 데 더해 이 중 계획이 미진한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캐피털과 저축은행 연체율은 각각 1.88%, 6.55%를 기록해 1년 새 각각 0.63%포인트, 3.1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은 저축은행 사태(5.8%포인트)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2금융권도 충당금을 적극 확대하는 등 자체 부실 관리에 들어갔지만 쉽게 개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B저축은행과 KB캐피탈은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77%, 10.07%를 기록했다. 당국의 권고 수준(11% 이상)을 밑돌았다. 페퍼저축은행(11.03%)과 상상인저축은행(11.2%) 등 업계 내 입지가 탄탄한 금융사들도 가까스로 권고치에 턱걸이하고 있다.
2금융권의 신용평가 역시 악화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강등했다. 한국기업평가는 OK저축은행 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한국신용평가는 웰컴저축은행 등급을 'BBB+(안정적)'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앞으로 부동산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 캐피털 모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본 여력이 미비한 일부 금융사는 유동성에 문제가 걸리면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업계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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