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성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베트남은 전 세계적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시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그러진 직후 2022년에 8% GDP 성장률을 나타내 저력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곧 2023년에 5% 성장에 머물고 말았다. 분석가들은 베트남의 저성장 원인을 세계 경제의 전반적 쇠퇴라는 외부 요인에 두었다. 내부적으로 베트남 경제 자체의 취약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베트남인들은 베트남 경제를 어떻게 평가할까? 최근에 발간된 <베트남과 세계 경제 2023, 2024>와 <통계연감>을 참고하여, 경제 현황을 이해하고 향후 전개 방향을 가늠해보자.
- GDP 성장률과 1인당 GDP
베트남의 2023년 GDP 성장률은 5.05%에 그쳐 예상치 6.5~7%보다 현저히 낮은 실적이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받은 2020년 2.9%, 2021년 2.6%를 예외로 한다면 개혁정책을 채택한 이래 30년간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실적이었다. 단지, 2023년 GDP 성장률이 1분기 3.28%로부터 2분기 4.05%, 3분기 5.33%, 4분기 6.72%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2024년의 전망을 밝게 했다. 산업부문별로는 농림수산업부문 성장률이 3.83%로 지난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서비스부문 성장률은 6.82%로 비교적 높은 성과였다. 공업-건설부문의 성장률은 연간 3.74%로, 1분기 –0.6%로부터 2분기 2.1%, 3분기 5.19%, 4분기 6.46%로 점차 증가했다. 공업-건설부문의 저조는 주로 국내외 총수요 감소와 수출 감소로 인한 결과였다. 공업부문에서 2023년에 특히 감소율이 높았던 분야와 그 비율은, 수산식품 –12.3%, 휴대전화 –9.9%, 철강 –8.9%, 시멘트 –4.5%, 가죽제품 –4.1% 등이었다. 2024년에는 베트남이 GDP 성장률 목표를 6~6.5%로 정했는데, 1분기에 5.66% 실적을 냈다.
1인당 GDP는 2023년에 4284달러에 이르렀고, 이는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환산하면 1만3852달러로 추산된다. 정부는 2024년 목표를 4700달러와 4730달러 사이로 잡았다. 공산당은 2021년 초 제13차 공산당대회에서 1인당 GDP를 2025년까지 5000달러로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지금 추세로는 이 목표에 약간 미치지 못할 듯하다.
- 교역과 외국인직접투자
2023년 베트남의 상품 수출액과 수입액은 전년에 비해 각각 4.4%와 8.9% 감소한 3555억 달러와 3275억 달러였다. 국가별 교역 순위는 중국, 미국, 한국으로 이어진다. 교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의 흑자폭을 훨씬 상회하는 283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가장 많은 약 832억 달러 흑자를 냈고, 이어서 네덜란드(약 96억 달러), 홍콩(80억 달러) 등으로부터 흑자를 냈다. 그러나 베트남의 교역 흑자는 주로 외국인투자기업의 수출로 인한 것이다. 외국인투자기업이 베트남 전체 수출의 70% 정도를 담당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2023년에도 외국인투자기업은 베트남 수출의 73%를 담당했다. 특히 외국인투자기업이 90% 이상 수출을 담당하는 품목으로 전화 및 관련 제품 (99.7%), 컴퓨터 (98.3%), 전선 (93.8%), 기계 (93%) 등이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은 개발도상국형 수출품에서도 많은 비중을 점유하고 있다. 예컨대 2023년에 섬유 직물 및 가죽 관련 제품 수출의 60%, 목제품, 가죽제품 수출의 46%를 담당했다. 이처럼 베트남 국내 기업에게 수출은 가장 취약한 분야 중 하나다. 2023년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366.6억 달러를 기록해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 이 해에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 국가가 많이 투자했으나, 누계로는 한국이 여전히 1위에 있다.
- 산업 및 소유 부문별 비중의 변화
산업부문별 구성의 변화를 보면, 전체 경제 중 농림수산업의 비중은 2010년 15.4%로부터 2023년 12.0%로 감소했다. 같은 시기에 공업-건설부문의 비중은 33.0%로부터 37.1%로 증가했다. 서비스부문 비중은 40.6%에서 42.5%로 증가했다. 베트남도 산업구조에서 경제성장에 따라 공업과 서비스부문 비중이 증가하는 개발도상국의 일반적 경향을 보인다.
산업부문별 비중의 변화 (%)
연도 | 농림수산업 | 공업-건설부문 | 서비스부문 |
2010 | 15.38 | 33.02 | 40.63 |
2023 | 11.96 | 37.12 | 42.54 |
한편,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소유부문별 비중의 변화는 중요하다. 2015년과 2021년의 경우를 들면, 전체 경제 중 국유경제의 비중은 22.8%로부터 21.2%로 감소했으나, 국내 민간경제부문 비중은 50.6%에서 50.0%로 유사했고, 외국인투자부문 비중은 17.5%로부터 20.0%로 증가했다. 이는 베트남에서 국유경제부문의 지속적 감소와 외국인투자부문의 지속적 증가 추세를 보여준다. 이제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두 부문의 비중은 각각 21%, 20%로 비슷한 지점에 이르렀다.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가 외자 의존적 경제성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가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현실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흔히 지적하듯이 베트남 경제는 외자 의존적 성향이 강하다. 외국인투자 기업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현실만을 들어도 그렇다. 베트남은 이러한 성장전략을 앞으로도 유지할 것인가 주목해봐야 한다.
소유부문별 비중의 변화 (%)
연도 | 국유경제부문 | 국내 민간경제부문 | 외국인투자부문 | 세금-보조금 |
2015 | 22.84 | 50.63 | 17.46 | 9.07 |
2021 | 21.18 | 50.04 | 20.02 | 8.76 |
전체 경제 중 소유부문별 비중의 변화는 사회주의 체제 변화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전체 경제에서 국유경제부문의 위상에 관련되기 때문이다. 기업 수에서 국유부문 비중은 2010년에 1.2%를 차지했으나 2021년에 0.3%로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에 국내 민간부문 비중은 96.2%에서 96.6%로 소폭 증가했고, 외국인투자부문의 비중은 2.6%에서 3.2%로 증가했다. 노동자 고용 비중에서는 같은 기간에 국유부문이 전체의 10.2%로부터 8.1%로 대폭 감소했는데, 국내 민간부문은 86.3%에서 82.6%로 약간 감소했으나, 외국인투자부문은 3.5%로부터 9.3%로 대폭 증가했다. 운전 자본의 비중에서는 같은 기간에 국유부문이 전체의 34.2%에서 20.9%로 대폭 감소했으나, 국내 민간부문은 50.3%에서 59.3%로 증가했고, 외국인투자부문은 15.6%로부터 19.8%로 증가했다.
소유부문별 항목별 비중의 변화 (%)
항목 | 연도 | 국유경제부문 | 국내 민간경제부문 | 외국인투자부문 |
기업 수 | 2010 | 1.17 | 96.23 | 2.59 |
2021 | 0.27 | 96.59 | 3.15 | |
노동자 고용 | 2010 | 10.2 | 86.3 | 3.5 |
2021 | 8.1 | 82.6 | 9.3 | |
운전 자본 | 2010 | 34.15 | 50.29 | 15.57 |
2021 | 20.87 | 59.31 | 19.81 |
기업 수, 고용 노동자 수, 운전 자본의 비중에서 보면, 국유경제부문의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크게 하락했다. 이에 반해 국내 민간경제부문은 운전 자본의 증가세를 보였고, 외국인투자부문은 기업 수, 노동자 고용, 운전 자본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이제 베트남 국유부문은 외국인투자부문보다 노동자 고용 비중에서 약간 적고 운전 자본 비중에서 약간 많은 수준에 있다. 이로써 두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비슷한 위상에 처하게 됐다.
- 지역의 발전과 향후 과제
2022년 기준 지역총생산(GRDP)은 호찌민시가 가장 많았고, 하노이, 빈즈엉, 동나이, 바리아-붕따우 등이 뒤를 이었다. 2022년 1인당 지역총생산은 바리아-붕따우가 3억3550만동(1만4420달러)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꽝닌 1억9880만동(8545달러), 하이퐁 1억7390만동(7474달러), 빈즈엉 1억6490만동(7088달러), 박닌 1억6380만동(7040달러), 호찌민시 1억5750만동(6770달러), 하노이 1억4190만동(6099달러) 순이었다. 참고로 2022년 전국 평균 1인당 GDP는 9560만동(4124달러)이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덜 발전된 지역의 1인당 지역총생산은 북부 산악지대의 하장 3350만동(1440달러), 까오방 3960만동(1702달러), 디엔비엔 3970만동(1706달러) 등이었다.
베트남은 이제 GDP 규모로 세계 35위 국가가 됐다. 이미 많이 투자한 동아시아 기업들 외에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베트남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을 위하여 국내외 민간기업들과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유경제부문이 경제에서 주도적 위상을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당면한 과제는 외국인투자 기업의 국내 기업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켜 세계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로써 베트남은 외국인직접투자에 의존한 경제성장을 국내 기업의 성장에 의한 경제성장으로 전환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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