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 녹지에 한옥마을을 대규모로 조성한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시가 올해 '한옥 4.0 재창조 프로젝트'의 일환인 신규 한옥마을 조성을 위한 밑그림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완화된 건축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첫 한옥마을도 이르면 2029년께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기존과 차별화된 한옥마을을 도심 및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공급해 대중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지만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협의와 사업의 수익성 제고는 숙제로 남아 있다.
4.0 재창조 프로젝트에 따라 신규 조성되는 한옥마을의 건설 콘셉트는 '자연과 현대식 한옥의 조화'로 요약 가능하다. 녹지 입지에 더해 편의성도 확보한 현대식 한옥단지를 조성해 서울의 새로운 도시 경관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존 한옥마을이 도심에 위치해 있거나 평지에 새롭게 조성된 점에 착안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4.0 프로젝트 발표에서 신규 한옥마을에 대한 골자를 밝힌 바 있다. 현대적 재료와 기술로 지어진 기존 '한옥건축양식'과 '한옥 디자인 건물'도 '한옥 건축물'로 폭넓게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신규 한옥마을 사업 예정지에도 전통 한옥과 함께 규제에서 자유로워진 '현대 한옥'이 다수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지난해 9월 '한옥마을 대상지 선정위원회'를 통해 한옥마을 공모에 참여한 20곳 중 6곳을 대상지로 선정했다. 현재까지 남은 선정 대상지는 5곳으로 △강동구 암사동 252-8번지 일대(7만244㎡) △은평구 불광동 35번지 일대(2만2623㎡) △도봉구 도봉동 산96-4번지 일대(3만5859㎡) △강북구 수유동 산123-13번지 일대(1만9840㎡)와 △동대문구 제기동 1082번지 일대다. 도봉구 방학동 일대는 구청이 신청을 철회하며 선정지에서 제외됐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현재 이들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 수립과 사업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향후 시는 제기동의 한옥마을 조성을 담당하고, SH공사가 나머지 4곳에 대한 개발을 맡을 예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 선정 대상지 4곳에 대한 관련 용역을 체결하고 계획수립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6월 용역 결과가 나온다. 그린벨트가 포함된 암사동과 불광동, 도봉동 3곳과 수유동을 포함한 4곳이 개발계획 수립 대상이다. 제기동의 경우 건축자산진흥구역으로 지정된 후 기존 한옥을 개보수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규 개발지역의 경우 지역적 여건이 매우 상이해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개발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며 "다수가 산지 등 경사 지형이라 도시 경관을 연출하는 방향에서 입지적으로 우수해 이를 십분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SH공사도 이달 1일 서울시가 개발계획을 수립 중인 지역의 사업성 검토 용역을 부동산투자 자문회사와 체결한 상태다. 신규 한옥마을의 사업의 재무성과 경제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재원 조달 계획 및 채무 상환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다. 계약 기간은 올해 9월 30일까지다.
서울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10년간 10개소 이상의 한옥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첫 사업 성과에 따라 그 외 지역의 사업 추진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는 현재 선정지에서 제외된 방학동을 대신해 신규 한옥마을 1곳의 추가 사업지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 다수 지역에 대한 추가 공모 시점에 대한 조율에도 나섰다.
다만 훼손된 그린벨트를 활용해 한옥마을로 재단장하겠다는 계획인 만큼 향후 유관기관의 협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시 자체에서도 그린벨트를 해제할 권한은 있지만 국토교통부와의 협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와의 협의 내용이 사업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 관건이 될 방침"이라며 "개발계획 수립과 재정 검토에 대한 용역을 이행하면서 올해 상반기 이후부터 국토부와 이들 사업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초기 은평 한옥마을 조성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낮은 초기 분양률과 수익성 개선도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난 2012년 9월 한옥마을 부지에 대한 토지 분양을 시작했지만 전체 초기 분양 필지 중 31.5%만 주인을 찾았다.
김유식 서울시 한옥정책과장은 "지방 한옥마을 정책과 비교할 때 시는 스테이 형식을 비롯해 상업용 한옥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인 안배를 통해 한옥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이 외에 현대적인 기술과 재료를 통해서도 한옥을 지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대중성과 편의성을 높였기 때문에 향후 시장에서도 한옥이 수익을 창출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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