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정무라인 핵심인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적극 응하면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후 '국정 쇄신'을 위한 첫발을 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국정 과제를 정책으로서 설계하고 집행하는 쪽에 업무의 중심이 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는 국민들께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더 설득하고 소통하고, 정책 추진을 위해 야당과 관계도 더 살펴 가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전 예고 없이 두 차례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을 찾았다. 오전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오후에는 홍철호 전 의원을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선임했다고 직접 소개했다.
정 신임 실장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으로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국회 부의장 등을 역임한 5선 중진이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윤 대통령은 "정계에서 여야 두루 아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계시다"며 "앞으로 용산 참모진뿐만 아니라 내각, 당, 야당,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과 원만한 소통을 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 신임 수석은 '굽네치킨' 창업자로 경기도 김포에서 19·20대 재선 의원을 지냈다. 윤 대통령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어떤 민생 현장 목소리도 잘 경청하실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야 의원들 모두 소통과 친화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추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관계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국민의힘 대표 후보군에 속하는 나경원 당선자가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사 발표를 마친 윤 대통령은 용산 출입기자들에게 "질문 있으세요"라며 먼저 말을 건넸고, 4명에게 질문을 받았다. 집권 초창기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때처럼 마이크는 사용하지 않고 편안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이 언론의 공개 질문을 받은 것은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이 중단되고 1년 5개월 만이다.
우선 이번 주가 유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해선 '민생 중심'이 될 것을 예고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초청했다기보다 이 대표의 얘기를 많이 들어 보려고 용산 초청이 이루어졌다"며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얘기를 나눠 보겠다"고 설명했다.
또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해선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금요일 이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받아야 된다"며 "정무수석을 좀 빨리 임명해서 신임 수석이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총리 인선에서 야당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정무수석 교체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 실무 작업도 순연됐다. 당초 한오섭 전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비서실장이 회동할 것으로 예정됐지만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같은 날 교체되면서 한 전 수석이 천 실장에게 연락해 약속을 취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총선 민심을 받드는 중요한 회담을 준비하는 회동인데 준비 회동을 미숙하게 처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다음 회동 일정은 미정"이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교체될 정무수석이 야당 측과 실무 회담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예의가 아니기에 오전에 미리 취소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홍 신임 수석은 "반나절 차이 같은데 큰 차이는 아닌 것 같다"며 "(야당 측에) 오늘 바로 연락드려 내일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연결성을 갖고서 천 실장을 만나 뵙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천 실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연락이 오면 받아야죠"라면서도 "영수회담이라는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대통령실 측 일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다"고 일침했다. 이어 "인선이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제안한 것인데 그걸 고려해 제안도 하고 실무 진행을 해야지(않았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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