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1~3월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439건으로 전년 동기(326건) 대비 34.6%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기준 역대 최대(1657건)였던 지난해 수치를 넘어 2000건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분기 회생 신청 건수는 387건이다. 한계에 부딪친 기업들이 빚을 갚는 회생보다 사업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파산을 선택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은 1657건, 회생 신청은 1602건으로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바 있다.
올해는 사태가 더 심각하다. 기업 대출 잔액이 1270조원까지 불어난 가운데 올 1분기에만 25조원이 더 늘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대출도 확대되는 게 통상이지만 상환 능력이 없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고금리 부담, 원자재 가격 등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금리 인상은 중소·영세기업에 직격탄이 됐다.
한은 기준금리는 2020년 0.5%에서 2021년 1.0%, 2022년 3.25%에 이어 지난해부터 줄곧 3.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차입금 비중이 높거나 사업 시작 단계인 중소기업·스타트업은 대출이자 감당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버팀목이 됐던 정부의 정책 금융 지원이 지난해부터 종료되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수익도 충분치 않다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 것"이라면서 "한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시장 진입·퇴출이 원활하도록 금융부문의 자율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부채 위험이 고조되는 건 경기 침체 때문이라 내수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며 "재정 정책과 한은의 유동성 공급, 세금 절감 등 가용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수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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