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기업들이 ‘탈(脫)TV’를 위한 전략으로 ‘쇼트폼(숏폼)’을 내세우고 있다. 숏폼 영상은 재생 시간이 1분 내외로 짧아 부담 없이 클릭을 유도하거나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 송출 수수료 인상과 시청률 감소로 수익성 한계에 마주한 TV 대신 단시간에 고객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에 눈을 돌린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TV홈쇼핑 4사(GS샵, CJ온스타일,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이 가운데 송출 수수료는 매년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작년 송출수수료는 1조9065억원으로 2013년(9645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로 급변하는 쇼핑 환경, 중기 전용 T커머스 신설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실적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홈쇼핑 업체들이 숏폼 콘텐츠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GS샵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숏폼 콘텐츠를 앞세운 ‘숏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숏픽은 TV, T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채널(라방)에서 송출된 상품 판매 영상을 1분 내외로 편집한 영상이다.
숏픽 서비스 신설 당시 약 100개 영상으로 시작해 이달 중순까지 누적 약 3000개의 영상을 공개했다. GS샵은 패션·뷰티, 식품 카테고리 중심에서 현재는 리빙·가전, 건강식품 등 전 상품군으로 확장해 숏픽으로 판매 중이다.
GS샵의 숏픽은 매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4주차 숏픽을 보고 즉시 상품을 구매한 직접 매출은 론칭 직후인 1월 첫주 대비 약 270% 증가했다. 지난달 16일 플리츠의 의류 제품 ‘라플리’는 GS샵 출시 전 숏픽 노출 첫날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 일평균 판매량 대비 35배 증가했다. 이어 TV홈쇼핑 론칭 방송에서도 주문 1만건이 몰리며 동시간 매출 대비 180%를 달성했다.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에는 숏픽을 GS샵 애플리케이션(앱) 하단 내비게이션 바 중앙에 배치했다. GS샵은 내비게이션 바 중앙에 숏픽을 자리한 만큼 향후 숏픽 주목도와 이용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300초 특가’ 콘셉트의 짧은 방송을 론칭했다. 생수, 식재료 등 3만원 미만의 생필품을 판매하는 업계 최단시간 타임세일 방송이다. 300초 특가 방송은 3월 4일부터 4월 23일까지 누적 주문건수 2만5000건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300초 특가 방송을 기존 생필품 위주로 판매하던 상품을 전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한정판, 명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더해 ‘30초 먹방’, ‘ASMR’ 등 이색 콘셉트의 숏폼 영상으로 방송 주목도를 강화한다.
CJ온스타일은 올해를 모바일 라이브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모바일 앱, 라방 편성 확대 등 숏폼 영상 커머스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숏폼 콘텐츠 강화를 위해 앱 서비스 개편도 진행했다. 앱 홈 화면 최상단에 숏폼을 배치해 주목도를 높였다.
숏폼 전용 공간을 만들고 ‘오늘의 추천 숏츠’. ‘숏폼 플레이어’ 등도 신설해 개인별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될 수 있도록 했다. ‘오늘의 추천 숏츠’를 누르면 숏폼 플레이어를 통해 상품 목록을 구경할 수 있는 방식이다. 유트브 숏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처럼 숏폼 영상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피드탭도 신설한다.
현대홈쇼핑은 오는 5월 도입을 목표로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하이라이트 영상을 자동 생성하는 'AI 숏폼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TV나 T커머스 채널에서 소개하는 가전제품 사용법, 식품 조리과정, 의류 스타일링 노하우 등 상품 관련 내용을 숏폼 콘텐츠로 공개하는 방법도 구상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롱폼에서 숏폼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도 이에 맞춰 콘텐츠 구성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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