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5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2024년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영업이익률 23%), 순이익 1조9170억원(순이익률 15%)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가운데 최대치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장기간 지속된 반도체 다운턴에서 벗어나 완연한 실적 반등세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선 당초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매출 12조1730억원, 영업이익 1조7450억원, 순이익 1조33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를 크게 상회하는 실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어닝 서프라이즈(실적 예상치 상회)'를 기록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HBM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하반기부터 DDR(더블데이터레이트), LPDDR(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 GDDR(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 등 일반 D램 수요도 회복돼 올해 메모리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반 D램보다 큰 생산능력이 필요한 HBM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공급사와 고객이 보유한 D램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HBM3E(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을 늘리고 고객층을 엔비디아 외에 다른 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경쟁사인 AMD·인텔 등을 신규 고객으로 거론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사인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도 내년 하반기 HBM을 공급받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GDDR 위주로 D램을 공급받던 자율주행차·전장 업체에도 HBM을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또 SK하이닉스는 10나노 5세대(1b) 기반 32Gb(기가비트)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해 회사가 강세를 이어온 고용량 서버 D램 시장 주도권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해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었던 낸드의 경우 실적 개선 추세를 지속하기 위해 제품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SK하이닉스는 밝혔다. 회사가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성능 16채널 eSSD와 함께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QLC(4비트레벨셀) 기반 고용량 eSSD 판매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AI PC에 들어가는 5세대 PCI익스프레스 기반 일반 소비자용 SSD를 적기에 출시하는 등 최적화된 저장장치 구성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을 D램 생산능력 확대에 지속해서 투자할 방침이다. 우선 전날 발표한 대로 5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팹(생산공장)인 청주 M15X를 2025년 11월까지 준공해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M15X는 실리콘관통전극(TSV) 캐파 확장 중인 M15 팹에 인접해 있어 HBM 생산에 최적의 거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비 투자도 순차적으로 진행해 M15X에 총 20조원 이상의 투자를 할 방침이다.
생성 AI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은 현재 만들자마자 바로 팔릴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때문에 생산능력이 바로 시장점유율에 직결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일반 D램에 맞춰 세운 M15X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HBM에 맞춘 신규 M15X 건립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최대한 빠르게 HBM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M15X가 준공되면 SK하이닉스는 경쟁사를 제치고 비트(용량)수 기준뿐 아니라 물량 기준으로도 HBM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오는 2027년 상반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팹을 준공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을 건립하는 등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미래 투자도 지속한다.
이렇게 강력한 투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올해 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 대비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며, 이를 통해 HBM뿐 아니라 일반 D램 공급도 시장 수요에 맞춰 적절히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업턴(호황)에 접어들면서 SK하이닉스는 투자효율성과 재무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는 "HBM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1위 AI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반등세를 본격화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고 성능 제품 적기 공급,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로 실적을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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