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 1000조원 시대가 열렸다. 변동장 속에 안전자산 상품을 중심으로 설정액 규모가 급격하게 커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 설정액은 지난 18일 기준 1003조52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순자산 총액 1000조원을 달성한 뒤 설정액 기준으로도 넘어선 것이다.
지난달 국내 증시는 강세를 보인 글로벌 증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유지,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 밖에 금융당국의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개정 소식에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종목들도 힘을 보탰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한 달간 8727억원이 순유출되며 2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며 “증시 강세 속에서 차익 실현성 환매가 출회됐다”고 분석했다.
이달에는 시중 여유자금과 분기 초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내 펀드 시장은 금융위기 직후 2009~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자금이 유입되는 양상을 보였다.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머니마켓펀드(MMF) 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MMF와 채권형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MMF는 금융투자사가 국공채 또는 기업어음(CP) 등 만기가 짧은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을 가리킨다. 고객이 하루만 돈을 맡겨도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 설정액이 증가했을 때는 주식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유입됐다고 해석할 수 있고, 반대로 자금이 줄어들면 주식시장이나 다른 투자처에 투입됐다고 볼 수 있다.
채권형은 펀드 자산 대부분을 국공채나 회사채를 비롯해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채권 이자수익과 매매 차익을 추구한다.
공모펀드 대비 사모펀드 성장이 더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다. 전체 설정액 대비 사모펀드 비중은 6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18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608조원, 공모펀드는 395조원으로 집계됐다.
오 연구원은 “2016년 이후 사모 부동산형 펀드, 사모 특별자산형 펀드 등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며 “2019년에는 한 해 동안 약 79조원이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인 23.5% 성장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큰 폭 증가를 보인 사모펀드는 2020년 연이은 부실 사태로 성장률이 대폭 둔화됐다“며 “작년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경고등이 켜지자 성장률이 둔화됐고, 향후 국내외 부동산 시장 회복에 따라 기존 성장 궤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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