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위한 2차 실무회동이 열렸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민주당은 앞서 제시했던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검토 의견을 들고 오지 않았다며 대통령실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대통령실은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이야기 나누도록 사전 의제 조율이나 합의가 필요없는 자유로운 형식의 회담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개최하자고 제안했다"며 "민주당 입장은 결과를 만들어 놓고 회담을 하자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양측은 25일 열린 실무회동에선 회담 일정조차 조율하지 못했다. 양측은 내부 검토를 거친 후 3차 실무회동을 통해 영수회담의 장소와 시기, 형식 등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천준호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은 이날 오후 2시경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40분가량 협의가 진행됐다.
앞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0분 동안 첫 준비 회동을 가졌다. 당시 양측은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 의제를 정하자는 데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안건 조율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2차 준비 회동에서는 의제 접점 찾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2차 회동에서 민주당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결과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천 실장은 협상 이후 "사전에 조율해 성과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차 실무회동에서 이 대표의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13조원 규모 추경과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거부권 자제 요구, 이른바 ‘3+1 요구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실장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려면 그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검토 의견들이 있어 훨씬 얘기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와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동이 '빈 손'으로 종료된 이유로는 민주당이 제시한 의제가 대통령실이 수용하기 힘든 의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미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회담 성사 여부는 향후 의제 조율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이견이 큰 의제는 채 상병 특검법과 거부권 사용에 대한 사과 요구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이 '총선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제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지 국민적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며 "국민들은 선거에 승리한 거대 야당이 민생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역대 영수회담을 보면 대통령의 정책아젠다를 갖고 주도하는 경우가 있고, 야당에게 끌려가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의제를 둘러싸고 대통령실이 밀리는 모양새가 된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정책아젠다가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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