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대외경제상 윤정호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하기 위해 전날 평양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박철민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이후 약 5년 만에 성사된 북한 고위급의 이란행이다.
러시아 포함 3각 공조 가능성에 무게 실려
신문은 방문 목적이나 세부 일정 등은 알리지 않았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문 시점이 이란·이스라엘이 군사적 보복과 재보복을 여러 차례 주고받은 직후라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표면상으론 경제 교류를 앞세우고 있으나 이를 계기로 양국 군사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또한 "외형상으론 경제 협력에 방점이 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관계, 북한과 이란의 관계를 감안한다면 정치·군사 협력에 좀 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와 함께 미사일 기술과 무기를 매개로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반미·친러'의 공통분모를 가진 양국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가 이란제 무인공격기 '샤헤드-136'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북한산 탄약을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를 고리 삼아 이들 국가가 군사 공조를 강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부터 시작된 북·이란 공조
1973년 팔라비 왕조 시절 맺은 수교 이후 형식적 관계에 지나지 않았던 양국은 이를 계기로 빠르게 친밀해졌다. 전쟁 당시 이란 편에 선 국가가 많지 않았다는 점과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를 미뤄보면 두 나라의 밀접한 관계는 쉽게 이해된다.
이 시기 맺어진 양국의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은 지난 2019년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북한 무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월 국가정보원은 이란이 배후로 지목된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함께 한글 표기가 식별된 부품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19년 4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의 전문가 패널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이란의 군사 분야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인 북한의 주요 불법 무기업체, 조선광업개발 무역회사가 이란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이란이 발사한 핵미사일 300여개에 북한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이란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협력 여부를 유추할 수 있는 근거로 꼽힌다.
북, 외화 수입으로 핵 개발 박차 전망…예의주시
러시아를 중심으로 세 국가의 공조가 강화된다면 북한은 양국을 상대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이란 사이에서 무기거래를 통해 확보한 외화는 향후 핵·미사일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3국 공조에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배경이다.통일부 당국자는 "예단하지 않고 향후 동향을 관계 기관과 주시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거래 그리고 기술 이전 등 대량파괴무기(WMD)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군사 분야를 제외한 일반 교역은 사실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양국 모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마 필요하다면 무기 거래 외에 경제협력 분야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3국 공조의 위험성이 실제보다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양 교수는 "북·러·이란의 협력을 두고 서방 국가는 오히려 위험을 부각해 압박 제재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찾을 것"이라며 "협력 관계가 한·미·일 공조 체제의 맞대응이 될 순 있지만 그 수위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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