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가 캠퍼스 내에 공권력을 투입해 반전 시위를 벌인 학생 100여명을 체포한 후 학생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일주일간 가자지구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학생 수만 약 550명에 달한다고 25일 보도했다.
미국 곳곳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면서, 체포되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 시위로 전날 93명이 체포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는 안전상의 문제로, 오는 5월 10일로 예정됐던 졸업식을 취소했다.
일부 학교들이 시위 해산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학생과 경찰 간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 진압에 최루가스와 기마대 등이 동원되면서 표현의 자유 및 인권 문제로 번지는 상황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교에서는 경찰관들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한 것을 전해진다. 학생들이 농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자, 경찰이 즉각 투입해 28명을 체포했다. 유대인의 평화를 위한 목소리(JVP)는 일부 경찰들이 최루탄과 테이저건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타 경찰은 ‘화학적 자극제’를 사용한 점은 인정했지만, 테이저건 사용은 부인했다.
폭스5 애틀랜타에 방영된 영상에는 일부 경찰관이 전기충격기로 추정되는 것을 사용해 시위자들을 땅바닥에 쓰러뜨리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미국 최대 흑인 인권운동단체 '전민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조지아 사무소는 성명을 내고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만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이들에 대한 과도한 무력 사용을 규탄했다.
오스틴 텍사스 대학교 캠퍼스에는 기마대가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대학교에서 시위가 장기간 이어지자, 일부 대학들이 시위 근절을 위해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게, 때로는 무력을 사용해 이를 진압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100명 이상의 학생이 체포된 컬럼비아대학교에서는 학생 시위대와 학교가 텐트 철거 문제를 두고 지금도 대치 중이다. 수백명의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국기를 들고 컬럼비아대 캠퍼스 주변을 행진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상에 공유된 영상에는 프린스턴 대학교의 뉴저지 캠퍼스에서도 학생들과 경찰이 대치한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보스턴에서는 경찰이 에머슨 대학 내 설치된 시위대들의 텐트를 강제로 철거하고, 100명 이상을 체포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인권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시위를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며 각 대학을 압박했다. 대학들이 유대인 학생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반유대주의를 경계했다. 미구엘 카르도나 미국 교육부 장관은 이날 반유대주의와 관련한 매우 충격적인 보고 등을 포함해 시위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들은 이스라엘 무장화에 기여한 기업들과 대학이 관계를 끊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고 주장했다.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이스라엘 정부와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 등을 한 아마존, 구글 등을 포함해 이스라엘에서 혹은 이스라엘과 사업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을 대학에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비롯해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에 대한 투자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일대, 코넬대 등도 방산업체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을 학교에 요구 중이다.
1970~1980년대 미국 학생운동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에 자금을 조달하거나 정권을 지지하는 기업들과 금전적 관계를 끊는 데 집중했고, 이에 성공한 바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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