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엔화는 지난 26일 장중 달러당 158.4엔까지 급등했다. 엔·달러 환율이 158엔을 돌파한 것은 1990년 5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4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55엔을 넘긴 이후 추락 속도가 더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엔화값은 강달러 움직임이 거세짐에 따라 추락을 지속했다. 잇따른 미국 경기 지표 호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지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당분간 벌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중앙은행(BOJ)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국채 매입 규모를 유지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면서 '슈퍼 엔저'를 부추겼다.
달러 강세에 따른 엔화 약세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나타난 한국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엔화 약세는 국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엔화가 절하 압력을 크게 받으면 원화도 같이 떨어진다. 최근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은 달러 강세로 인해 전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14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엔을 뚫을 경우 170엔까지도 갈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 정부가 155엔 이상의 환율 수준을 용인할 경우 원·달러 환율의 1400원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이후로 추가 금리 인상을 하려던 BOJ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경우 수입 물가가 올라 일본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예상 금리인하 시점이 9월까지로 점쳐지는 만큼 엔화 가치 반등은 하반기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BOJ의 (금리 인상) 정책 부재 시 엔·달러 환율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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