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재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가운데 증권가는 조만간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차입을 늘려가며 공매도 재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일 금융당국이 올해 6월 말까지 공매도 거래를 전격 중단하는 한시적 공매도 거래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외국인 투자자의 차입 비중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다시 늘고 있다.
11월 발표 이후 12월 외국인들이 주식을 빌린 규모는 3억1827만주에서 지난 1월 2억1853만주로 1억주 가까이 감소한 이후 2월 1억7602억주로 재차 줄었다. 그러다 3월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달 1억9824만주로 2200만주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4월에도 1일부터 26일까지 1억6032만주로 집계되고 있다. 월말까지 남은 2거래일을 감안하면 3월 수준 안팎으로 차입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기준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 대차 잔액 규모가 2조4180억원으로 가장 크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8조527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대차 잔액은 올해 1월 9조3840억원에서 3월 7조259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잠재적 공매도 대기 물량인 대차 잔액은 차입 물량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빌린 주식 수가 많을수록 상환 후 남아 있는 대차 잔액이 늘 가능성이 크다. 대차 잔액이 증가하면 그만큼 특정 종목에 출회할 수 있는 물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이번을 포함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까지 총 4회 발효됐다. 가장 최근인 코로나19 시기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큰 대차 잔액을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2020년 1월 말 기준 삼성전자 대차 잔액은 7조2860억원에서 3월 말 4조3080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감소했지만 4월 들어 6조9960억원으로 재차 7조원 수준에 육박했다.
공매도가 재개된 5월 삼성전자 월별 평균 공매도 거래 규모는 1조4910억원에 달했다. 거래 재개와 동시에 그간 주식을 빌려 쌓아 놓은 물량이 집중 출회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1년 1월 9만6000원대를 기록하며 10만 전자를 앞두고 있었지만 공매도 재개 직후 8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줄곧 하락세를 기록하며 5만원대까지 반 토막 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차입하는 목적은 빌린 후 재대여라든지 주식 담보 대출 등 여러 형태로 포장이 가능하지만 주된 목적은 공매도 거래"라며 "향후 재개 시점이 다가올수록 차입 물량이 늘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재개 시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회의(경제 분야)'를 열고 공매도 제도에 대해 "우리 주식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공매도 폐지 정책은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5일 개최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이나 재개 시점 등에 대해서도 시장과 투자자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방안을 공개했지만 이를 확정하기까지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완전 구축 후 정상적으로 구현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이르면 내년 중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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