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29일 오전 한때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섰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돌파한 건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때문에 외환 시장에서는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흐름이 계속됐다.
앞서 지난 26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동결 등 기존 방향을 유지하기로 했고, 이 여파에 엔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는 엔화 약세가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며 "당분간은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주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연달아 예상치를 웃돈 가운데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층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채 금리 및 달러 가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며 엔 환율 상승이 한층 가속화된 모습이다.
더욱이 이날은 일왕 생일로 일본이 공휴일인 까닭에 일본 정부의 구두 개입 등 방어 조치가 나오지 않아 엔저가 한층 빨라진 상황이다.
최근 일본 당국은 연이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환시 개입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당국은 엔화 약세가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연이어 구두 개입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개입은 삼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통화정책 전문가들을 인용해 "(통화 당국이)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우에다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엔·달러 환율의 중요성을 축소하고 금리 인상이 급하지 않다고 시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 통화당국의 즉각적 개입에는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베로스 글로벌 외환 책임자는 엔저가 일본 경제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현재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인플레이션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엔저는 수출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 매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엔저로 인해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보유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