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 담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관련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정차역 인근 집값이 오르면서 이른바 '집값급등열차'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GTX 같은 노선이 지나도 인근 일자리와 인프라, 개발호재 등에 따라 집값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도 역과의 거리에 따라 온도차가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GTX-A 하반기 개통에도 연신내역 일대는 잠잠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TX-A 노선 하반기 개통을 앞둔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일대 아파트값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연초와 비교해 4월 넷째주(22일) 0.22% 하락해 서북권 평균(-0.11%)보다 하락 폭이 크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은평구 불광동 미성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7일 7억38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0월 8억1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해 약 7000만원 떨어졌다. 불광동 북한산현대힐스테이트3차는 지난 19일 전용 59㎡가 6억8500만원에 매매되며 한 달 만에 4000만원 하락했다.
현장에서는 인근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낮고, 상업·업무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해 GTX 호재만으로는 집값이 움직이기는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신내역 일대는 브랜드, 대규모 아파트가 거의 없고 빌라 등 노후·저층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다. 고금리,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며 정비사업도 지지부진하다보니 매수세가 쉽게 유입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GTX를 제외하면 뚜렷한 개발 호재도 없다. 서부선(은평구~관악구) 경전철 사업은 공사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으며, 서울시가 지난 2022년 12월 발표한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사업'도 민간자본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비사업·개발호재 없이는 반등 어려워…역세권 단지만 고공행진
반면 GTX-A 대곡역이 들어서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고양시 덕양구 집값은 올해 1월 다섯째주부터 4월 넷째주까지 15주 연속 올랐다. 경기 대부분 지역이 올 들어 하락세를 보였는데, 덕양구는 연초 87.7에서 최근 88.7로 1.14% 상승했다. 지난 1일 덕양구 행신동 행신SK뷰 2차 전용 84㎡는 5억3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4억7000만원에 팔린 것보다 6000만원 올랐다. 화정동 은빛5단지 전용 134㎡는 지난달 16일 6억6800만원에 거래돼 올 1월 5억7000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 고양시에서 서울과 가장 인접한 덕양구는 GTX가 들어서면 기존 3호선, 경의중앙선과 만나 트리플 역세권이 될 전망이다. GTX 외 개발호재도 있다. 앞서 2021년 예타를 통과해 개통을 준비 중인 고양은평선(고양시청~은평구 새절역)도 덕양구 행신동과 화정동을 지난다. 또 1990년대 중반에 준공된 노후 대단지가 많아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른 재건축 기대감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철도역까지 거리에 따라 집값 흐름에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동탄이 있는 경기 화성시 집값은 4월 첫째주부터 4주 연속 상승했으나, 개별 단지로 보면 분위기가 다르다. GTX-A 동탄역과 연결된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102㎡는 지난 2월 22억원 신고가를 기록, 더 넓은 면적의 서울 마포구 아파트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반면 동탄역과 도보 40분, 버스로 25분 거리에 있는 동탄파크자이 전용 99㎡는 지난 5일 넉 달 전보다 1억원 하락한 7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곳 전용 103㎡ 매물 시세는 9억원대로, 비슷한 면적의 동탄역롯데캐슬(19억~20억원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동탄역까지 버스로 20~30분 가야 하는 시범한빛마을 동탄아이파크 전용 84㎡는 작년 11월 8억50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달 5일에는 7000만원가량 떨어진 7억8500만원에 매매됐다.
업계에서는 GTX 정차역 인근 지역 중에서도 일자리나 정비사업 등 추가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 철도역과 인접한 단지가 아니라면 앞으로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교통 호재가 있는 지역 중에서도 일자리가 함께 증가하는 지역에서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고, 업무시설이 없는 베드타운은 상승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GTX역까지 도보로 가까운 단지와 먼 단지 간 가격은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률 저조해 적자운영 우려…"요금 오르며 수혜 감소할 것"
한편 개통 이후 이용률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교통 개선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통한 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의 하루 평균 승객 수는 평일 기준 7000~8000명대로, 개통 전 예상치(2만1523명)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용객이 정부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적자운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운영 적자에 대한 책임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정부는 사업시행자인 SG레일에 삼성역 개통 전까지 운영수익 감소분을 보전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혈세로 보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역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이 지연되며 빨라도 2028년에 개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GTX 민자구간 운영적자로 인해 교통요금이 점차 오르며 GTX 수혜 지역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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