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쿠바가 상대국에 상주 공관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2월 양국 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한 지 두 달 만이다.
외교부는 송시진 조정기획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이 24∼27일 쿠바를 방문해 서울과 쿠바 수도 아바나에 각각 상주공관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내 주쿠바 한국대사관이 개설될 수 있도록 쿠바 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사관을 개설하기 위한 중간 단계로 정부는 아바나에 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공관 개설 요원도 파견할 예정이다. 아바나에 한국 상주공관이 개설되면 쿠바에 체류하거나 쿠바를 방문하는 한국 국민에 대한 영사 조력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쿠바는 코로나19 이전 연간 약 1만4000명의 우리 국민이 방문하는 인기 관광지이지만, 아바나 현지에는 2005년 개설된 코트라(KOTRA) 사무소만 있어 영사 업무 등에 한계가 있었다.
앞서 한국과 쿠바는 지난 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의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외교관계를 수립한 바 있다. 이는 1999년부터 시도해 온 25년간의 수교 노력의 결실이다.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는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쿠바가 미국 제재와 더불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쿠바는 한국과의 협력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후 쿠바와 관련 언급을 자제하는 등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쿠바 간 관계가 다소 냉랭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마철수 주쿠바 북한대사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을 만나 작별 인사를 하고 복귀를 알리기도 했다.
최근 다시 쿠바가 북한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양국 관계 회복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 1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루스 전 총서기가 김일성 주석의 생일 112돌을 맞아 축전을 보낸 소식을 뒤늦게 공개하기도 했다. 또 북한은 '쿠바'라는 국가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쿠바와의 관계가 다소 냉랭해지면서 '또 다른 형제 나라' 니카라과와 '반미 연대'로 밀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남미의 니카라과는 지난 24일 재정난을 이유로 서울에 있는 주한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하면서도 평양에는 대사관을 새로 내기로 했다.
북한과 니카라과 관계 개선은 1970~80년대 군사·인적 교류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을 주축으로 한 '반미 권위주의 사슬'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니카라과 정부는 재정 상황 악화로 인해 주한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 왔다"며 "독일 대사관, 미국 영사관(텍사스·캘리포니아·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 멕시코(타파출라)·영국·과테말라 영사관 등 다수의 해외 공관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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