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의 시가총액 합계가 100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된 유동성 장세로 2021년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하던 주가가 '탄탄한 실적'과 '미래 가능성'이라는 양 날개를 활짝 펴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시대를 읽는 통찰력과 실행력이 뒷받침된 '오너 리더십'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의 이날 종가는 25만15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0.8% 상승 마감해 시가총액이 52조668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기아 역시 11만8300원으로 마감돼 47조5618억원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금액은 총 100조2300억원으로 지난 3월(종가기준)에 이어 약 한 달 만에 100조원 자리를 탈환했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2021년 1월 15일 60조5213억원, 기아차는 같은 해 2월 5일 41조원으로 각각 고점을 찍은 뒤 코로나19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과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량 둔화 등의 우려로 수년간 우하향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 유럽, 인도 등 글로벌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자 올 들어 주가도 오름세를 거듭했다. 현대차는 올 초(20만500원) 대비 25.44%, 기아는(9만7600원) 21.21% 상승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도 1월 2일 82조1698억원에서 3개월 만에 21.98%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이 보통주만으로 합산시총 100조원 시대를 열면서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시총 순위에서도 처음으로 5위권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레이딩뷰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 시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은 글로벌 1위인 테슬라(739조원), 2위 도요타(502조원), 3위 페라리(140조원), 4위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118조원)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품질 경쟁력에 기반한 탄탄한 실적,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내연기관차의 성장 공식을 완전히 탈피하고, SDV(소프트웨어 중심차)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선언하면서 차세대 모빌리티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은 모빌리티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과도기에 현대차그룹 수장을 맡아 안정적인 경영실적과 체질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자산시장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의 대담하고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하며 자동차 시장에 새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실적 순항은 올해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환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점과 SUV와 제네시스, 하이브리드(HEV) 수요 확대에 연말까지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요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생산과 투자를 유연하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과 글로벌 전기차 공장의 완공,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적인 강화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가치가 자산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