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일본 정부에서 소프트뱅크와 공동 경영권을 가진 글로벌 메신저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개인 정보 유출로 시작된 라인야후 문제가 보안대책을 넘어 네이버가 13년간 일궈온 라인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규모 정보 유출 문제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받고 있는 라인 애플리케이션 운영사 라인야후는 이달 26일 재발 방지 보고서를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에 제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정보 유출의 계기가 된 네이버 위탁 시스템에 대해 ‘시스템 분리를 조기에 실행 완료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라인야후는 "기술적·조직적 보안 관리 조치의 미비점을 시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정보 유출) 재발 방지 조치 이행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16일 라인야후에 대해 ‘이례적이라 할 만한’ 2차 행정지도를 벌였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정부가 나서서 자본 관계 재검토를 위한 조처를 가속화하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3월 5일 1차 행정지도 후 라인야후가 제출한 보고서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따라 3월 5일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네이버에 대해 과도한 의존 재검토’를 포함한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첫 행정지도를 시행했다. 특히 네이버에 대한 위탁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소프트뱅크가 경영에 관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본 관계를 바꾸도록 요청했다. 같은 날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을 불러 라인야후가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검토를 요청해 올 경우 이를 적절히 검토하도록 구두 요청도 했다.
라인야후는 4월 1일 1차 행정지도에 대한 대책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대책 불충분을 이유로 2차 행정지도를 받게 됐다. 그러던 중 25일 일본 매체에서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 주식을 네이버 측에서 매입하기 위한 협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오는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으로 삼아 협의를 서두르려 한다고도 전했다.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두 회사는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A홀딩스에 각각 50%씩 출자하고 있어 실질적인 모회사다. 2019년 말 합병에 합의하고 2020년 3월 통합 법인 출범 당시 양사는 주식 수를 완전히 똑같이 두고, 공동 경영권을 행사하기로 명시했으나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가 내려지면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는 명분이 마련됐다.
앞서 일본 매체들은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이 라인야후에 대한 영향력이 하락한다고 보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소프트뱅크가 협의를 서두르려 하지만 진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지배력을 줄이기 위한 일본 정부의 물밑 작업으로 인해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시스템 분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맞서 사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네이버로서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총무성의 압박에 더해 일본 정치권에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닛케이는 “자민당 내에선 ‘라인야후의 경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라인야후의 정보관리 허술함은 경제·안보상 리스크”라고까지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개인정보위는 2025년 3월까지 수차례 더 개선 상황을 보고하도록 라인야후에 요구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이번(26일) 보고서는 총무성에 이미 제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위원회가 추가 대응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실상 일본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기업의 지분 관계에 관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국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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