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 서열 2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가 베이징 모터쇼를 찾아 중국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서도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적극 활용해 시장 수준을 높이고 중국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2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 모터쇼를 방문한 리 총리는 BYD·샤오미·지리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기업과 BMW 등 외국 기업 부스를 참관하고, “높은 수준으로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을 계속해서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투자 자유화와 편리화 촉진,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는 환경 조성을 통해 중국 자동차 기업과 외국 자동차 기업이 자본, 기술, 경영, 인재 등 측면에서 더 넓게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보여주듯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방중과 맞물려 테슬라에 대한 각종 규제가 해제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는 중국 도로 데이터 수집을 위한 지도 제작(매핑) 라이선스를 테슬라와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협력으로 테슬라는 중국에서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마지막 '규제 장애물'을 해결하게 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도로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매핑 라이선스를 취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테슬라는 전날 외국 기업 최초로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서 데이터 안전 검사 적합 판정을 받으며 중국 내 FSD 출시에 청신호가 켜졌다.
리 총리는 이날 중국 기업들에는 “모터쇼를 보고 굉장히 고무됐다. 특히 성숙한 산업 체계와 지속적인 혁신으로 시장경쟁과 글로벌 협력에 있어 (중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했다”고 격려하는 한편 “시장 우위 유지와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당국의 소비 지원책을 언급하며 "소비 잠재력이 방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상무부·재정부 등 중국 정부 7개 부처는 지난 26일 ‘자동차 이구환신(以旧换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시 지원) 보조금 시행 세칙’을 발표했다. 연말까지 중국 소비자가 자동차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최대 1만 위안(약 190만원)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소비 둔화와 출혈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무릅쓰고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으나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에 따르면 4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60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1.5%, 전월 대비 5.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중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72만대로 전월과 같이 37%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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