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엔화 방어가 '힘겨운 싸움'이 될 모양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가 계속되면서 일본 당국이 엔화 약세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엔화값은 일본 당국이 아닌 미국의 고용지표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56엔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일본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값이 155엔 선 아래로 안착할 징후는 아직 안 보인다.
일본 공휴일이던 전날 엔화값은 달러당 160엔까지 하락했다가, 단번에 154엔대로 반등했다. 갑작스러운 엔화 가치 상승에 일본 당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했다는 추측이 일었다.
그러나 외환 트레이더들은 일본 당국이 시장에 꾸준히 개입하지 않는 한 엔화 방어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일본은행(BOJ)이 최근 단기금리를 0~0.1%로 동결하는 등 미-일 금리 차가 이른 시일 내에 축소될 여지가 작아서다.
더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일 새벽 3시(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및 향후 전망을 발표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훈풍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BNP 파리바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12월로 미루는 등 미국 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점차 후퇴하고 있다.
미야이리 유스케 노무라 인터내셔널 외환 전략가는 “거시경제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160엔으로 다시 회귀할 것”이라며 “시장은 통화 측면에서 일본 재무성과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씨티그룹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엔화가 달러당 155~160엔 사이에서 요동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의 개입만으로는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브라이언 앤 어소시에이츠의 글로벌 시장 인사이트 담당 이사인 톰 피츠패트릭은 “정책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개입은 모래 위에 선을 긋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주에 발표되는 미국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약세를 보일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엔화값이 반등할 수도 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약 150개 통화 가운데 3분의2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춰 자국 경제 성장을 지원할지, 아니면 금리를 높여 통화 가치를 방어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로존, 한국, 태국 등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고려 중이나, 통화 가치 약세가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최근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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