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또 다른 우려를 나타내며 현재 금리를 한동안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6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재차 물가안정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하기로 했다. 연달아 여섯 차례 동결 결정이 나오면서 기준금리는 지난 2001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 수준이 유지됐다. 3.50%인 한국과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2.00%포인트다.
인플레이션 예상치 '상회'..."확신까지 오랜 시간 필요"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2% 물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그는 이날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현재의 기준금리를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는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지난 3월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해 2월 PCE 상승률(2.5%)보다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 예상치인 2.6%보다도 웃돌았다.
"추가 인상은 아니야"..."매파적이진 않다"는 평가
다만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우려는 확실히 일축했다. 현재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2% 수준으로 낮췄을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인상될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긴축 정책을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지난 3월 FOMC 후 회견 당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던 그는 "우리의 기준금리 결정은 다가오는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라고만 답하며 즉답을 피했다.
또한 연준은 양적긴축 속도를 감축해 시장 유동성 흡수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대차대조표 축소'로 불리는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형태로 시장 유동성을 흡수하는 조치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6월부터 월 최대 국채 상환 규모를 기존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낮춤으로써 보유 증권의 감소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양적긴축 감속 발표는 유동성 흡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서 근래에 양적긴축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가 금리 인상 여부가 낮아지면서 이날 미국 3대 지수는 혼조세로 마무리됐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7.37포인트(0.23%) 오른 3만7903.29에 마감했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약간 하락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투자자들은 이날 파월의 발언은 최근 실망스러운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감안할 때 '매파적'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 분석가들은 파월 발언에 대해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눈에 띄게 덜 매파적"이라며 "기본 메시지는 인하에 대한 고려를 철회한 게 아니라 지연됐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파월 의장의 회견은 발언의 내용이나 어조 모두 시장이 FOMC 결정문을 해석한 것보다 뚜렷하게 비둘기파적"이라며 "이번 회견이 FOMC 위원들의 토의 내용 요약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아니면 파월 의장 개인의 시각이 반영된 것인지는 몇 주 뒤 발표될 의사록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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