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株式) 거래와 채권(債券)을 비롯한 증권 투자가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는 나날이 새로운 종목이 상장하고 수많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이들 종목이나 지수와 관련한 상품을 끝없이 쏟아냅니다. '채권·주식 가치 탐구(권주가·券株價)'는 자본시장에 이제 입문한 기자가 종목, 시장, 산업을 공부하고 관점을 세워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애플은 국내에 익히 알려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입니다. 모바일 시대로 대전환을 이끈 '아이폰' 시리즈를 내놓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기기를 쓴다고 하면 대체로 국민 기업인 삼성전자가 만든 '갤럭시' 시리즈나 애플이 만든 기기 중에 골라야 하죠.
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 흔히 '서학개미'로 불리는 분들은 이런 애플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애플은 작년에 빠른 주가 상승으로 한때 전 세계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주가 하향세에도 여전히 2조 달러대를 유지해 다른 글로벌 기업과 최상위권에서 경쟁 중입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통계에 따르면 4월 30일 기준 서학개미들이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은 43억4503만 달러(약 6조35억원)어치에 이릅니다. 보관금액 기준으로 미국 종목 1위인 테슬라(111억314만 달러)와 2위인 엔비디아(85억5589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준이죠.
거래도 활발합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서학개미들은 애플 주식을 10억4874만 달러어치 샀습니다. 매수금액 기준 미국 12위예요. 물론 첫 거래일(1월 2일) 185.64달러였던 주가가 4월 30일 170.26달러까지 떨어지면서 13억7168만 달러어치가 처분돼, 결과적으로 3억2294만 달러 순매도가 됐지만요.
주력 제품인 아이폰 수요가 올해 부진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주가 하락 배경의 하나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습니다. 또 애플이 미래 전략 제품으로 선보인 혼합현실(MR) 기기 '비전프로'는 연초부터 미국에서만 판매 중인데 2월 반품 사태가 일어났을 만큼 초기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시총 3조 달러 달했던 애플의 오랜 약점, PC 운영체제 시장
사실 애플이 오래전부터 힘을 크게 쓰지 못하는 영역이 또 있는데요. 아이폰보다 역사가 훨씬 긴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입니다. 애플은 노트북 PC인 '맥북' 시리즈와 데스크톱 PC인 '맥'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맥과 맥북은 대체로 아이폰만큼 인기를 끌고 있진 못합니다.
PC 시장에서 애플 외에 많은 국내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제품을 팔고 있죠. 주로 하드웨어 제조사 역할을 합니다. 자사 하드웨어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운영체제(OS)인 '윈도' 시리즈를 탑재하죠. OS는 기기의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기본적인 프로그램 동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입니다.
애플은 맥과 맥북 기기에 들어가는 OS를 '맥OS'라는 이름으로 직접 개발해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해 왔습니다. 그래서 윈도와 맥OS의 프로그램 동작 환경은 서로 다르고, 기술적으로 호환하지 않습니다. 두 OS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프로그램을 쓰려면, 아예 별개의 두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PC 세계의 주류는 윈도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의 국내 데스크톱용 OS 시장 점유율 통계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윈도가 91.7%로 절대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애플의 맥OS가 2위지만 점유율은 5.2%로 선두와 격차가 큽니다. 윈도 전용 프로그램도 웬만한 불특정 다수 사용자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선 참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성장 잠재력을 믿고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도 실제 애플 주식을 거래할 땐 대부분 다른 제조사의 PC를 쓰는 것이죠. 대다수 증권사가 PC용 주식 거래 프로그램(HTS)을 윈도 전용 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올해 3월 발표한 '2023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국내 주식 투자자 수는 1416만명가량으로 파악됩니다. 이들이 애플 아이폰 사용자라면 MTS로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HTS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제까지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윈도 PC로 주식 거래를 했겠네요.
업계 첫 맥OS 지원 HTS '마카롱'… 74만 맥OS 사용자 손짓
최근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3월 28일 국내 업계 최초로 맥OS용 HTS를 '마카롱'이라는 이름으로 내놨습니다. 마카롱은 한국투자증권 자체 개발 인증서를 활용해 로그인 절차를 간소화했고, 기존 HTS나 모바일 주식거래 프로그램(MTS) 사용자에게도 편리한 조작체계(UI)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주식 거래만 윈도 PC로 하고 일상 생활과 업무에 맥이나 맥북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 겁니다. 이 사람들의 분포를 최근 OS 시장 점유율에 따라 5.2%가량 된다고 가정하면 1416만명 중 73만6000명이 맥OS 기반 HTS를 쓸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마카롱을 쓸 수 있는 잠재 사용자 규모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마카롱 같은 HTS가 기존 윈도 전용 HTS보다 미려한 디자인과 편리한 UI를 갖췄다고 해도 기성 프로그램보다 더 뛰어난 HTS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투자자에게는 HTS가 자기 투자 방법과 성향에 맞는 기능을 지원하는지, 필요할 때 그런 기능이 쾌적하게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대다수 증권사들은 기성 HTS가 다소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해도 핵심적인 디자인이나 UI를 변경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디자인과 UI 개선에 투자했을 때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반면, 기존 환경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불만을 가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죠.
마카롱은 주식 투자에 필요한 기본 기능을 대부분 갖췄고 종합 주문화면 같이 MTS에 비해서는 더 복잡한 화면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주가 변동 차트를 분 단위로 표시하는 '분봉' 같은 일부 주요 기능이 빠진 채로 출시되는 등 아쉬운 점을 드러냈죠.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마카롱 출시 당시 "노트북 이용 환경과 트렌드를 반영해 투자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맥 전용 HTS를 개발하게 됐다"며 기능을 추가해 향후 활용도를 더 높여 가겠다고 했습니다. 주식 투자는 계속 대중화하고 있으니, 맥OS를 선호하는 주식 투자 입문자를 공략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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