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봇용 감속기 업체 해성에어로보틱스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지난 2월부터 이어오던 경영권 변경이 여러 차례 지연 끝에 무산되면서다. 사명을 해성티피씨에서 해성에어로보틱스로 변경하며 자율주행, 로봇, 드론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성에어로보틱스는 지난달 30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해제 △유상증자 결정 철회 △전환사채 발행 결정 철회 등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회사는 지난 2월 전략적 투자자(SI)인 그린월드와 재무적투자자(FI)들에 구주를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365만3334주를 주당 1만원에 매각하는 약 365억원 규모 계약이었다.
SI인 그린월드가 비케이굿파트너스, 에이치에스성장1호조합, 슬로운테크코리아, 레드캣츠코리아3호조합과 함께 구주를 인수하는 구조였다. 그린월드가 100만주를 인수하고 나머지를 FI들이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며 계약과 연동된 유상증자(119억원)와 전환사채(80억원) 발행도 철회됐다.
인수단에 따르면 장기영 전 TS트릴리온 대표가 FI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인수단 관계자는 "지난해 장 전 대표와 인연이 닿아 사업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본인이 투자자를 모집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현재 TS트릴리온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인물이다.
해성티피씨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해성에어로보틱스로 변경했다. 로봇 설비, 로봇 제조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방산 로봇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천명했다. 당시 그린월드 관계자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며 "해성티피씨를 국가 대표 방산 로봇 특화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일 해성티피씨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계약 해지 사유는 양수인의 양수도계약 잔금 미지급이었다. M&A가 불발되면서 회사 사업도 명확한 방향성 없이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가도 지난 2월 1만9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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