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배치돼 복무한 미군 부사관이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았다가 구금된 것으로 6일(현지시간) 확인됐다.
NBC뉴스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신시아 스미스 미 육군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당국이 미국 군인 한 명을 범죄 혐의로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미국 국무부에 형사 구금 사실을 영사관계에 관한 빈협약에 따라 통보했다"며 가족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안이 중대하여 현재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를 여행 경보 4단계 중 가장 높은 '적색경보' 국으로 지정해 여행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날 미 국무부는 정부에서 러시아 여행에 주의시킨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는 이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미군이 인터넷을 통해 만난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여자 친구를 구타하고 20만 루블(약 300만원)을 훔친 혐의로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군 구금 사태는 최근 몇 년간 반복된 미국인의 러시아 내 구금 패턴과 유사하다. NYT는 미국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일부 사안이 날조됐을(trumped-up)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번 구금은 이미 심각하게 악화한 러시아와 미국 사이 관계를 갉아먹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본인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미국 군인의 이번 구금을 "깊이 우려한다"면서도 "푸틴은 미국 시민을 인질로 잡은 오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무부가 밝힌 바대로 러시아를 여행하는 건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모든 미국인에 주는 경고"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내 미국인 구금 사태는 최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적의 미국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는 간첩 혐의로 1년 이상 구금돼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취재 목적으로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를 방문했다가 간첩 혐의로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백악관은 이를 '부당한 구금'으로 지정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그의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이외에도 전직 미 해병대원인 폴 웰런은 간첩 혐의로 16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고, 프로농구 선수 브리트니 그리너도 러시아에서 약 10개월 동안 구금됐다가 2022년 말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와 교환돼 풀려났다. 러시아 내 미국인 구금이 늘어난 건 냉전 시대 이후로 미·러 관계가 최악으로 얼어붙은 영향이고, 러시아는 이들을 구금해 협상카드로 이용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따라서 이번 러시아의 미군 구금 사태가 외교 문제로 비화할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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