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미분양 주택이 전국에서 4개월 연속 증가한 가운데 실질적인 미분양 가구 수가 10만 가구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일컬어지는 ‘준공 후 미분양’이 8개월 연속 증가한 배경에는 ‘준공 승인’ 시점까지 통계에 잡히지 않던 미분양이 대거 반영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64가구로 전월 대비 0.1%(90가구) 늘며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유동성이 취약한 지방 중소 건설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지방 미분양 주택이 5만2987가구로 전체의 81.5%에 달한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2194가구로 같은 기간 2.8%(327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말과 비교하면 1년 새 41%(3555가구)가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발표하는 미분양 주택 수가 실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중소 건설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더 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 신고는 지자체가 주택사업자에게 문의한 뒤 취합해 국토부에 전달하는 형태인데, 미분양 가구에 대한 사업 주체의 정확한 신고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거나 축소 등 거짓으로 신고해도 강제하거나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 지방의 입주자모집공고(분양 승인) 취소 사례가 늘며 실제보다 미분양 물량이 축소 집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 승인 취소 시 주택 분은 미분양 통계에서 제외해 미분양 가구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주택시장 침체기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실제보다 30% 이상 적게 집계되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만~11만 가구의 미분양 주택이 시장에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덕철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이 최대 4만~5만 가구로 추산됐는데, 현재도 물량이 소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라 유사 수준의 물량이 잔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계에서 누락된 미분양 물량은 최근 두드러진 ‘준공 후 미분양’의 급증 원인으로도 지목 받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미분양 주택이 준공 승인 시점까지 남아 있을 경우, 소유권 등기 과정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으로 집계된다. 결국 예상치 못한 악성 미분양 물량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건설기간 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던 미분양이 할인 분양 등으로도 해소되지 못하고 준공 시점에도 존재할 경우, 결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으로 잡히게 된다. 구조적으로 파악 못하고 있던 악성 미분양이 꾸준히 늘게 될 확률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지방 및 악성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 전이 가능성도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회복 추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적절한 회복 지원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대책의 효과 자체가 반감될 가능성만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