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명이 생물학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AI 기술을 주도하는 빅테크와 제약업계 간 파트너십이 활발해진 가운데 구글, 엔비디아 등이 신약 개발을 위한 AI 모델을 잇달아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 최대 바이오 전문지 바이오스페이스와 미국 경제 매체 포천 등은 AI가 신약 개발의 새 장을 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오픈AI가 지난 2022년 챗GPT를 출시한 후 제약 업계는 생성형 AI를 주목하고 있다.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자이라 테라퓨틱스는 지난달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AI가 신약 개발을 촉진할 것이란 기대가 치솟으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 분석 회사 스타트어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신약 개발 관련 AI 스타트업은 463개에 달한다. 신약개발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추세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거대 제약회사들 역시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모더나는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 생성형 AI를 모든 비즈니스 영역 및 연구개발(R&D)에 통합했다.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의 IT사업부인 NNIT는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등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바이오엔테크와 일라이릴리는 AI 신약개발 스타트업인 인스타딥(6억8000만 달러)과 크리스탈파이(2억5000만 달러)를 각각 인수했다.
IT 기업들 역시 생명과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수년 내 AI가 처음 설계한 약이 환자에 투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AI 모델 알파폴드3를 앞세워 신약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알파폴드3는 인체 내 단백질 구조 외에도 DNA, 리보핵산(RNA) 등 모든 생물학적 분자 형태와 분자 간 상호작용까지도 예측한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아이소모픽 랩스는 알파폴드3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도 생물학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초 암젠과 신약 발굴을 위한 AI 파트너십을 구축한 데 이어 미국 생명공학업체인 리커전 파마슈티컬스 및 아이엠빅 테라퓨틱스 등에 투자해 AI 기술을 지원 중이다. 지난해에는 신약개발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인 바이오네모를 출시했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베링거인겔하임, 다케다제약을 포함한 제약회사 외에도 방사선 종양 치료기기 기업인 아큐레이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9월 새로운 단백질을 생성하는 AI 모델 에보디프를 출시했다. 또한 노보노디스크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생물학자들이 AI 기술을 통해 신약과 백신 개발을 크게 간소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실험실에서 신약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전에 AI 모델을 통해 가설을 테스트해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잠재력은 신약개발을 넘어 의료 로봇 개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치료 방안 모색 등 각종 의료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천은 “AI는 이미 진단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여러 연구에서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방암 진단을 위한 한 AI 프로그램은 인간 의사보다 속도가 30배 빠를 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99%에 달했다”고 짚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과학 지식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생물학 분야에서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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