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수수 의혹 유출 과정에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정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언론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기사에 대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명령은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이 전 부장이 노컷뉴스 운영사 CBSi와 소속 기자, 논설위원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노컷뉴스는 2018년 6월 '이인규 미국 주거지 확인됐다, 소환 불가피'라는 제목으로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의혹에 관한 사건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에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
같은 달 23일 '이인규는 돌아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논평에는 '(시계 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린 것이 검찰이었고 이는 국정원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 등을 다뤘다.
이 전 부장은 "자신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의혹에 관한 사건정보를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며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보도에 대한 사실 판단이 1·2심에서 엇갈렸다.
1심은 보도를 허위로 볼 수 없고 명예훼손의 불법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전 부장 측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보도와 논평 내용을 모두 허위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장이 국정원 간부에게서 시계 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며 "피고(CBSi)가 보도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48시간 동안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이 전 부장에게 CBSi와 기자가 3000만원을, CBSi와 논설위원이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정정보도와 논평에 대한 손배배상 명령 부분은 타당하다며 CBSi 측 상고를 기각했다.
다만 기사에 대한 손해배상 명령에 대해서는 하급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기사의 목적은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감시·비판·견제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 부분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어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당시 피고들은 진실이라고 믿었을 수 있고 그러한 믿음에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CBSi 측이 이 전 부장 주장도 함께 보도한 점도 짚으며 "기사가 이 전 부장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장은 최근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회고록을 출간하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 의혹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