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사회에서 반도체는 거의 모든 산업에 전후방 연계효과가 막대하다"며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생각으로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과 공장 건설 등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고 사업진행을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세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경기도 남부 일대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구상을 직접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판교(성남)·수원 등에 조성한다. 현재 19개 생산팹(반도체 공장)과 2개 연구팹이 있는 이 지역에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16개 신규팹(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을 신설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5㎚(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팹리스·파운드리 등 최첨단 반도체 허브를 만들어 한국이 미국·대만·일본 등과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공장을 지으면서 송전선 지중화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고, SK하이닉스는 용인산단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서 안성시 등 주변 지자체와 마찰이 있었다.
대통령이 공장 건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직접 밝힌 만큼 기업들이 팹 확장을 할 때 정부 인허가 등에서 필요한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미국 등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살포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간접 지원인 세액공제에 머무르는 것을 두고 산업계에선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여부에 대해 '세액공제가 보조금'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기업 감세, 부자 감세라는 비판과 공격에도 반도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 지원을 추진했다"며 "세액 공제를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니 우리 기업이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가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보조금에 난색을 표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들이 잘하는 부분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세제지원과 금융지원(대출)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액공제는 기업이 영업이익을 내는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어 반도체 사이클로 인해 적자를 보는 기간이 생기는 반도체 업종에는 적합한 지원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인텔에 대해 32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편성했다"며 "중국이 반도체 산업 대기금을 조성하면서 장작을 쌓고 미국이 여기에 불을 지폈다. 보조금 경쟁은 안 주는 나라가 바보가 되는 비정한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대로 가면 한국의 초미세 공정 반도체 경쟁력은 크게 하락할 것이란 조사결과도 나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10㎚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한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점유율은 0%에서 28%로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을 토대로 527억 달러(약 75조5000억원)의 보조금을 편성해 미국 내 설비 투자를 장려하면서 인텔·TSMC·삼성전자 등이 3㎚ 이하 첨단 공정을 위한 공장을 짓는 데 따른 효과다. 보조금 때문에 한국의 점유율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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