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키파운드리는 지난 9일 만 45세 이상 사무직, 만 40세 이상 전임직(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공지했다. 희망퇴직 접수는 약 한 달간 진행하며 구체적인 규모는 미정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부진에 따른 개편과 SK그룹 리밸런싱(시장대응) 차원 행보로 풀이된다. SK키파운드리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라기보다는 시장 대응 차원 결정이다"라며 "순수 희망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내부 직원들 간에도 큰 동요는 없다"고 밝혔다.
희망퇴직과 관련해 SK하이닉스의 다른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사례처럼 동종업계 이직 허용 조건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파운드리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DB하이텍 등 직원의 동종업계 이직을 지원하기로 했다. SK키파운드리 등 계열사로 전환 배치가 어렵자 내린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eSSD(기업용 SSD)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올해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주력 위탁생산 상품인 글로벌 소형 IT 기기 시장 위축으로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SK키파운드리는 지난해 매출 5221억원, 영업손실 672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지난해 매출 313억원, 영업손실 171억원으로 공시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파운드리 사업 강화 방안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SK키파운드리는 현재 생산하는 제품 이외에도 미래에 대비해 향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 준비를 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고부가가치 파운드리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현재 SK키파운드리가 주력하는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 누적된 재고 조정과 저가 제품 중심의 위탁생산이 지속되어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영업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운드리 자회사의 희망퇴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SK그룹이 재정비 차원에서 계열사 리밸런싱을 진행 중인 것도 이번 SK키파운드리 희망퇴직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데스(돌연사)' 위기를 언급한 이후 SK그룹은 계열사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등 '군살 빼기' 작업에 돌입했다. 이차전지 동박사업에 주력하는 SK넥실리스 등이 최근 희망퇴직을 받은 것이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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