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2분기 실적 개선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올해 주가 반등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대형사와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펄어비스 등 중견 게임사 모두 신작 공개 준비와 출시한 신작 마케팅 심화에 나섰다. 이들 실적은 하반기 본격 상승 구간에 들어설 전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KRX 게임 톱10 지수'는 690.37포인트를 기록, 월초 대비 11%가량 상승했다. 이는 최근 게임주들의 컨센서스를 넘어선 호실적에 기인한다. 증권가는 개선된 업황이 게임사들의 추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 섹터는 이례적으로 대부분 기업이 서프라이즈를 보여 유의미한 자금 유입이 발생했다"며 "2020년 이후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며 실적·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몇몇 기업에서 성과가 나타나 분위기가 반등할 것"이라고 봤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1분기 영업이익 급감에도 올해 신작 3종 출시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올랐고 펄어비스는 글로벌 게임 콘퍼런스 '게임스컴'에서 신작 '붉은 사막'을 공개·시연한다는 계획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데브시스터즈는 7분기 연속 적자를 탈피했다. 개별 종목 호재가 업종 관심까지 높였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국내 게임사 메가히트 신작 등장, 모바일 게임시장 결제액 회복, 비용 효율화로 게임주 반등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며 "2025년부터 본격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출시를 앞둔 엔씨소프트 '아이온2', 넥슨게임즈 '던파 오픈월드' 등을 모바일 기대작으로 꼽았다.
넷마블이 이달 8일 글로벌 출시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와 최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시프트업의 콘솔(PS5)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가 메가히트 신작으로 꼽힌다. 나혼렙은 첫날 매출 140억원을 달성했고 스텔라 블레이드는 추정 판매량 100만장과 주요 리뷰 매체 호평을 기록했다.
수요도 회복세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4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원스토어를 합산한 국내 모바일 게임 결제액은 2조3786억원으로 그간의 감소세가 멈춰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780억 달러로 커진다.
다만 게임사들이 2분기 이후 실적 확대와 주가 상승 흐름을 극대화하려면 기존 관성을 벗어나는 노력이 요구된다. 증권가에선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떨어진 이용자 신뢰를 회복하고, 근본적인 사업 모델 전환 시도와 장르·플랫폼 다변화 등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사들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에 집중할 동안, 해외 게임사들은 캐주얼 게임 신작을 적기에 출시해 급변하는 이용자 기호를 잘 반영, 국내 모바일 게임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며 "MMORPG에 대한 국내 이용자 피로감, 인게임 확률을 둘러싼 연이은 논란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실추된 신뢰 문제가 가세해 현재 상황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신뢰 실추 사건은 앞서 1월 '메이플스토리' 유료 아이템 확률 하락 사실을 이용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처분을 받은 넥슨코리아 사례가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정부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개정 게임산업법이 시행됐다. 엔씨소프트, 웹젠 등 국내 게임사가 일제히 관련 대응에 나섰고, 제도 시행 초기 위메이드, 그라비티 등은 확률조작 의혹 민원에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초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와 조사가 강화되는 환경에서 가챠(유료 확률형 아이템 뽑기) 모델을 통해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을 높게 유도하는 기존 전략에서 탈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시장 환경 변화뿐 아니라 규제 강화까지 고려할 시 국내 게임사의 장르 다변화, 다수 트래픽 기반 전략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평했다.
MMORPG 등 특정 장르와 모바일 중심으로 소수 고액 결제 이용자(헤비 유저) 중심의 수익화를 추구하는 대신, 글로벌 이용자가 접근하기 쉬운 콘솔·PC 플랫폼에서 다양한 장르 게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주문이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이용자 취향에 적합한 게임을 만들 환경이 조성된 기회"라며 "유연한 라인업 확보를 통해 장르를 다변화하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 NHN의 시도가 관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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