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현실을 외면한 법률에 멍들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유예·개정이 요원한 상황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노란봉투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 생산성을 높이겠다며 주 4일제까지 논의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하청 노조 원청 사업자에 대한 쟁의행위를 허용하고, 사측이 노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별칭이다.
우여곡절 속에 맞이했던 22대 총선 결과는 역대급 여소야대 정국으로 귀결됐고, 정부는 사실상 손발이 묶였다. 중처법 유예 요원, 주 4일제 검토,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이 재점화된 이유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으로 풀이되는 상시근로자 30~99명 기업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1.6%, 30명 미만 기업은 0.2%로 낮다. 파업 등 단체행동 자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단체행동이 벌어졌을 때 존폐를 고려해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노란봉투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중처법 유예도 멀어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한 법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 1일 중처법 조문이 모호해 처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주 책임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달 17일 중처법 헌법소원심판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심판 청구가 적법하다고 보고, 중처법 내용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 기업에서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된 바 있어 중처법 의무와 처벌 규정에 대해 헌재 본안심리가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중처법 유예 전망은 잿빛이다. 총선에 압승한 더불어민주당 내 중처법 유예 기조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논의 중인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 도입 기업 지원책도 중소기업계를 무력하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 도입 기업 지원을 통한 실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2030년까지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