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와 철강 등 전략 산업 제품에 대한 관세를 2~4배 가량 높인 가운데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와 무역전문가를 인용해 멕시코나 베트남이 중국 상품의 우회경로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나 베트남은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고, 각각 미국과 중국의 인접국이어서 중국산 상품의 우회경로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전략산업 관련 중국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기존보다 2~4배 정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현재 25%에서 100%로 4배 치솟고,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도 종전 0~7.5% 수준이던 것이 25%로 뛰었다.
미국 인접국인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인 USMCA에 따라 거의 관세를 내지 않고 있어 중국의 우회 수출로로 언급돼 왔다. 실제로 멕시코는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1위 수입국으로 떠올랐고, 올해 1분기 미국의 대멕시코 수입액은 1150억 달러(약 156조원)를 넘겨 대중국 수입액(1000억 달러)을 돌파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멕시코 공장 부지 물색에 나서는 등 중국 업체들이 미국 수출 뒷길을 마련하는 '꼼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도 멕시코에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를 줄이도록 압박하거나, 멕시코를 거치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환적(수출 시 목적지로 향하던 중 타 선박에 옮겨 싣는 것) 물량을 줄이는 등으로 우회를 차단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중국 바로 아래에 위치한 베트남도 멕시코와 함께 우회경로로 거론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8일 베트남의 무역 지위 변경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상무부는 지난 7월 말까지 검토를 진행해 베트남의 무역 지위를 '비시장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상향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베트남이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는다면 베트남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대폭 인하돼 중국의 수출우회국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이 유럽 등 타지역으로의 '우회 수출'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왔다. 중국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 배터리, 철강 등에 관한 보호 장벽이 비교적 낮은 유럽연합(EU)으로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무역 전문가 윌리엄 라인쉬는 중국의 과잉생산 억제가 "풍선을 쥐는 것과 같다"며 "한곳을 옥죄면 다른 쪽에서는 튀어나온다"고 설명했다.
한국 수혜 가능성
한편 한국도 미국의 대중국 첨단산업 제품 제재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4일 공개한 무역법 301조 평가 보고서를 통해 2018년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이후 수입처 변화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중국산 수입이 13%(수입액 기준) 줄어든 반면 중국 외 국가 수입은 6~35.4% 늘어났다.
특히 '반도체와 기타 전자 부품' 분야는 중국산 수입이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4년간 연평균 20.5% 줄었는데, 한국에서의 수입은 같은 기간 연평균 1.9%씩 늘었다. USTR은 관세 부과 이후 컴퓨터 장비와 전자 장비,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멕시코,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중국을 대체해 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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