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으면서 이른바 '저가 덤핑관광'에 대한 우려도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는 오랜 기간 제약 받다 최근 활발해진 중국인의 방한 단체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불합리한 저가 관광을 야기하는 여행사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더욱 엄격한 단속으로 중국 덤핑관광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지난 14일 불합리한 저가로 중국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고 쇼핑을 강요하다 적발된 중국 전담여행사에 대해 영업 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2월 한 여행사를 이용한 중국 관광객이 관광 안내원의 쇼핑 강요를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신고했고 정부는 ‘저가 관광’으로 해당 여행사에 1개월 영업 정지를 내린 것이다. 이후 해당 여행사는 면세점 쇼핑 등에서 비지정 여행사에 명의를 대여한 사실이 다수 적발돼 14일 최종 ‘지정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불합리한 가격으로 중국단체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수익창출의 기반을 쇼핑수수료에만 의존’한다는 이유로 전담여행사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시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2016년 여행업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전담여행사 처벌 규정을 추가했으나, 2017년 중국 단체관광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 유커 귀환으로 되살아난 ‘초저가 덤핑관광’
제주 여행 패키지 34만원, 서울 여행 패키지 37만원. 중국 전담 여행사이 내놓은 방한 단체여행 패키지 상품 가격이다. 비행기, 호텔 식사까지 포함된 3박 4일 중국발 한국 여행 상품을 항공권 가격도 안 되는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이른바 ‘초저가 덤핑관광’이다. 중국에서 페리를 이용해 입국하는 경우 상품가는 더욱 저렴하다. 매회 100~150명 이상 페리를 타고 방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 상품 판매가 가능한 배경은 여행사가 여러 쇼핑센터와 면세점 등을 거치며 수수료를 받아 마진을 채우는 것에 있다.
여행사는 남산 한옥마을, 명동, 홍대 등 입장료가 없는 무료 관광지 위주로 일정을 짜서 비용을 아낀 후 자신들이 거래하는 쇼핑센터와 면세점으로 데려간다. 이런 방식으로 여행객은 여행 기간 쇼핑 일정만 3~4차례 끌려다니며 물건 구입을 강요받기도 한다.
지난 3월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중국 4대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서울여행상품 3097개 중 85개가 덤핑관광이 의심되는 상품이었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한국행 자국 단체관광객에게 강매를 주의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17년 3월부터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이러한 덤핑관광도 자연스레 사라졌지만, 지난해 8월 다시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 행정처분 기준 세분화... 韓 단체관광 질 높인다
코로나19 이후 방한 관광 시장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한국행 단체관광 재개를 발표한 이후 올해 1분기에만 101만명이 한국을 찾으며 중국은 방한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문체부는 방한 시장의 회복기에서 저가 관광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전담여행사의 중국 단체관광 유치실적과 이탈에 대한 분기별 전수조사 △성수기 중국 현지 출발 관광상품에 비밀평가원 시행 △관광불편신고센터 운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행정처분을 시행 중이다. 문체부는 올해 1분기 전담여행사 명의대여로 인한 지정취소, 저가 관광으로 인한 업무정지 등 30건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문체부는 한국여행업협회의 건의서를 받아 올해 6월 중국 전담여행사 업무 수행 지침을 개정해 ‘여행업 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보다 세분화할 방침이다. 특히 한국여행업협회, 한국면세점협회, 면세점과 협조해 중국 단체관광객 인솔 여행사의 전담여행사 지정 여부를 점검한다.
단체 관광 시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 전담 여행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연 2회 전담여행사 교육과 설명회, 전담여행사 우수 상품 개발 공모전을 오는 7월 개최하고 현지 마케팅 지원을 확대한다.
박종택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최근 방한 시장은 고무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름 휴가철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여행 시장의 불합리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처하되, 우수한 전담여행사에 대해서는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아 단체 관광 시장의 고부가화를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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