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 환자가 근로복지공단의 잘못으로 장해급여를 받지 못했으나 뒤늦게 지급 결정을 받았다면 평균임금 상승분을 반영해 미지급 된 급여를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A씨가 공단을 상대로 보험급여 차액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깬 뒤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A씨는 지난 2004년 진폐증 판정을 받고 요양에 들어갔다. 진폐증 환자는 완치가 불가능하기에 당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단은 장해등급이 결정된 즉시 장해급여를 줘야만 했다.
하지만 공단은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고 같은 취지의 판결이 계속 나오자 2017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업무 처리 기준을 바꿔 해당 환자에게 장해급여를 줬다.
이에 A씨는 2016~2017년에 두차례 장해급여를 달라고 신청했으나 당시 공단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이는 진폐증 판정으로부터 시간이 오래 지나 청구권을 잃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2018년 대법원은 '요양 중이라는 이유로 공단이 장해급여 청구를 거절할 것이 명백해 진폐근로자가 청구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공단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공단은 뒤늦게 2018년 4월 A씨에게 장해보상 일시금으로 901만원을 지급했다. 다만 이는 A씨가 진폐증 진단을 받은 2004년의 평균임금인 9만1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액수였고, 결국 A씨는 반발하며 2018년 8월 공단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수년간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액이 늘어난 만큼 이를 반영해 평균임금을 증감해야 한다'는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1, 2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우선 "피고(공단)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급을 늦춘 경우 산재보험법은 지연보상을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재해근로자가 손해를 보전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 미비의 상황에서 부당한 지급 거부·지체 시 보험급여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하는 것은 재해근로자의 보호와 행정의 적법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평균임금 증감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며 "보상금 산정 시 적용되는 원고(A씨)의 평균임금은 지급결정일까지 증감한 금액"이라고 판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