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가격대 대신 초고가와 저가품으로 수요가 몰리는 불황형 'K자형' 소비가 자동차 시장을 덮치면서 수입차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맞아 매스 브랜드 인기는 갈수록 시들한 반면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포르쉐 등 억대 수입차 판매는 매년 고공행진하는 분위기다. 이런 '슈퍼카' 브랜드들도 아시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한국 소비자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3년) 판매된 1억5000만원 이상 초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연평균 약 4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2020년 1만817대에서 2021년 1만9030대로 75.9% 늘어난 뒤 2022년 2만4356대(27.9%), 2023년 3만3999대(39.5%)로 3년간 무려 213.9% 증가했다.
초고가 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급 브랜드인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포르쉐 등이 주도하고 있다. 판매가 1억5000만원 이상 롤스로이스 판매량은 2020년 171대에서 지난해 276대로 3년 만에 61.4% 늘었고, 같은 기간 마이바흐 판매량은 412대에서 2595대로 529.9%, 포르쉐는 1894대에서 4013대로 111.9% 증가했다. 이 기간 벤틀리(296→810대), 랜드로버(529→2486대), 람보르기니(303대→431대) 등도 42.4~369.9%씩 성장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중가 수입차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등록된 4000만~7000만원대 중가 수입차 판매량은 2020년 13만5173대에서 2021년 13만169대로 3.7% 줄어든 뒤, 2022년 13만3865대로 소폭(2.3%) 늘었다가 지난해 10만2465대로 23.3% 줄었다. 같은 기간 아우디 판매량은 1만7189대(2020년)에서 5609대(2023년)로 67.3% 줄었고, 벤츠는 2만4189대에서 1만4294대(-41.1%), 폭스바겐은 1만4103대에서 7228대(-48.9%) 등으로 집계됐다. 독일 3사가 하락을 주도하며 3년 만에 24.4% 감소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대중화와 초고가 명품과 무지출 챌린지로 대변되는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겹치면서 슈퍼카가 아닌 수입차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애매한 포지션의 수입차 브랜드는 가성비 측면에서는 국산 브랜드에 밀려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슈퍼카 소비는 이미 일본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에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들은 한국에 브랜드 최초로 전시관을 오픈하고, 본사가 직접 관리자를 파견하는 등 적극 공들이는 분위기다.
벤츠는 연내 세계 첫 마이바흐 전용 전시장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오픈할 계획이다. 전시장은 '한류 열풍'의 중심지인 옛 SM사옥 부지로,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983㎡ 규모다. 벤츠가 마이바흐만으로 별도 공간을 만들고, 이를 유럽이나 미국, 중국이 아닌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BMW그룹 롤스로이스도 오는 12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프라이빗 오피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프라이빗 오피스에서는 롤스로이스 디자이너가 상주해 기존 쇼룸에서는 불가능했던 비스포크 차량 맞춤 설계 상담이 가능할 전망이다. 마세라티 역시 그동안 한국 시장을 담당했던 FMK코리아와 결별하고 오는 7월 글로벌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마세라티 코리아'로 직진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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