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기의 핀하이] 금리 인하 기대감 '솔솔'…가계대출도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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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05-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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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고용·물가지수 시장 전망 밑돌아…3분기 '피벗' 확률 53.5%

  • 고금리에도 은행 가계대출 5조 이상 늘어…부동산 경기도 회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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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시중금리는 이와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이미 내림세를 탔다. 다만 잠시 주춤했던 가계대출 수요가 시중금리 하락으로 인해 급증하면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개별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 조절에 나서는 등 상승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 대비 0.05%포인트 하락한 3.54%라고 16일 밝혔다. 지난달 잔액·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3.76%, 3.17%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씩 내렸다.

코픽스는 은행이 조달한 자금에 대한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 추세를 반영해 움직인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와 주로 연동되는 지표 중 하나다.
 
4월 코픽스 0.05%p↓…주담대 금리 하락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코픽스가 0.05%포인트 하락하면서 17일부터 코픽스와 연동된 은행 주담대 상품에 새로 가입하거나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도래한 차주들은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는다. KB국민은행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3.85~5.25%에서 3.80~5.20%로 0.05%포인트 낮춘다. 우리은행도 같은 조건인 대출에 대해 금리를 4.79~5.99%에서 4.74~5.94%로 하향 조정한다.

코픽스 외에도 최근 시중금리에 영향을 주는 지표들이 줄줄이 내리고 있다. 코픽스와 함께 주담대 금리에 연동된 5년물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25일 3.976%까지 오르면서 4%대를 넘봤지만 이달 들어 반락하면서 14일 기준 3.83%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당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영향이다. 우선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인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안정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에너지·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CPI는 같은 기간 3.6%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의 비농업 고용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데 이어 CPI도 안정적인 수치가 발표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조만간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선회하는 ‘피벗’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53.5%의 확률로 3분기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시장의 기대감은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은행 대출상품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은행이 새로 취급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3.98%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4%를 밑돈 것은 2022년 5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4월 은행권 가계대출 5.1조↑…부동산 경기 회복에 수요 더 늘어
지난 2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설 명절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운송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월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설 명절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운송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중금리가 비교적 강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국내 가계대출 수요도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무려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 폭이 확대된 데 더해 신용대출 상환도 줄어든 데 따른 영향이다.

금융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가계대출 잔액은 4월 한 달 동안 4조1000억원 늘었다.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대출도 300억원 늘어나면서 소폭이지만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차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가계대출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가계대출이 더욱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픽스를 비롯해 시중금리에 영향을 주는 지표가 내림세를 탄 데다가 최근 국내 부동산 경기도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매매가 늘어나면 주담대 수요가 많아져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8.0으로 전월보다 5.3포인트 올랐다. 지난 1월부터 4개월 연속 소비심리가 증가한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매매거래도 늘었다. 작년 12월 1만호를 밑돌던 수도권 아파트매매거래량은 지난 1월 1만2000호로 증가하더니 3월에는 1만7000호를 기록했다.

다만 가계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면 일시적으로 조정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이 확장세를 억제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개별 은행이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고 주택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가계부채가 경제성장률 이내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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