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 회사에 위장 취업한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를 찾는 데 최대 500만 달러(약67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이들 북한 노동자는 미국인 신분을 가짜로 사용해 미국 기업 300여곳에서 원격 근무로 일하며 680만 달러(92억원) 이상을 벌었다.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테러 정보 신고 포상 프로그램인 '정의에 대한 보상'(Reward for Justice)을 활용해 이들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지호(Jiho Han), 진천지(Chunji Jin), 쉬하오란(Haoran Xu)이란 가명의 북한 IT 노동자들은 60명 이상의 미국인 신분을 가짜로 사용해 여러 미국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 원격 근무했다. 이들을 이를 통해 최소 680만 달러를 벌었다.
법무부의 기소장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들이 위장 취업했던 미국 회사는 총 300여개에 달했다. 이들 기업 중에는 주요 전국 TV 네트워크, 실리콘밸리 최고 테크 기업, 상징적인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이 있었다. 기소장에는 회사 이름이 명시되진 않았으나, 법무부는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적자인 크리스티나 채프먼(49)은 2010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이들 북한 IT 노동자 3명이 미국 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채프먼은 북한 IT 노동자들이 미국 시민들의 신원을 확보해 미국인으로 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채프먼은 자신의 집에서 90대 이상의 컴퓨터가 있는 ‘노트북 농장’을 운영했다. 북한 IT 노동자들을 대신해 미국 회사가 지급한 노트북으로 IT 네트워크에 접속해 이들 노동자가 미국에 살고있는 것처럼 회사들을 속였다. 아울러 채프먼은 미국 기업들이 북한 IT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돈을 받고 분배하는 등 범죄 수익의 세탁도 도왔다.
북한 IT 노동자들은 미국 정부 기관 2곳에 취업하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CNN은 “북한 IT 노동자들은 통상 다른 국적으로 가장하고 원격 근무를 통해 게임, IT 지원, 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 일자리에 지원한다”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IT 직원 중 일부는 북한 정권의 주요 수익원인 북한 해커들과 긴밀히 협력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백악관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에 드는 자금의 약 절반을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절도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 산하 보안 회사 맨디언트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반하트는 “북한은 IT 직원들을 서방 기업에 취업하도록 지시해, 기술 인재를 무기화했다”고 CNN에 말했다. 실제 국무부는 이번에 현상금을 건 북한 IT 노동자들이 탄도미사일 개발, 무기 생산 및 연구·개발 등을 관장하는 북한 군수공업부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암호화폐 업계를 해킹하거나 미국이나 일본 제작사들의 애니메이션 작품에 재하청업자로 참여하는 식으로도 돈을 벌고 있다. 앞서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북한의 한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된 작업 파일의 몇몇 그림들이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최신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중국 등을 통해 이들 프로젝트에 재하청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채프먼과 함께 북한 IT 노동자의 위장 취업을 도운 우크라이나 국적자 올렉산드르 디덴코(27) 등 외국 국적자 4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다른 외국 국적자 3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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