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들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은 잇단 악재로 울상을 짓고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무리한 투자를 단행해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고물가 흐름까지 겹쳐 실적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C커머스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시장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18일 유통업계 따르면 신세계그룹이 SSG닷컴 재무적투자자(FI)에게 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당장 돌려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SSG닷컴 상장 작업이 지연된 데다 국내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잇따라 내며 위기에 몰리자, FI들이 투자금 회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앞서 SSG닷컴의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는 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과 투자 시점에서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서에는 2023년 SSG닷컴의 총거래액(GMV)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 관련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FI 보유 지분을 이마트와 신세계가 웃돈을 주고 다시 사가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GMV를 초과 달성해 약속했던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FI들은 계약서상 명시된 실질 거래액으로만 따지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이 신세계건설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SSG닷컴발 재무부담까지 떠안으며 자금마련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온의 상황도 좋지 않다. 롯데온은 최근 권고사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사옥 이전도 준비 중이다. 현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25~26층 오피스동에서 오는 7월 역삼과 삼성에 있는 공유 오피스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구조조정 등 과감한 비용절감 활동에 나서는 것은 ‘실적 부진’ 때문이다. 그간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마케팅과 물류망 비용을 지속 투자해 오랜 기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플랫폼의 습격까지 더해져 시장에서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상황이다.
반면 C커머스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모바일 앱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59만명, 테무는 824만명으로 1위 쿠팡(3091만명)에 이어 2·3위를 기록했다. 알리와 테무가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각각 613만명, 265만명의 MAU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전문가들은 C커머스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실적 위기를 극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쿠팡을 제외하면 C커머스에 대항할 만한 경쟁자가 국내에 마땅히 없다”며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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