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에 자리 잡은 달빛한옥마을. 이곳에서 10년 전 남편의 고향인 강진으로 귀향을 결심하고 서울에서부터 내려온 백영숙씨(69)를 만났다. 백씨는 당시 전남도 행복마을 조성 지원금과 자신의 노후자금을 보태 월출산 자락에 한옥으로 된 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백씨는 이곳에서 행복한 노후생활의 비법으로 푸소(Feeling-Up Stress-Off, FU-SO)를 꼽았다. 푸소는 강진군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 중 하나로 소위 민박체험을 말한다. 푸소 주인인 백씨는 일주일에 한두 팀 손님을 맞고 그들에게 손수 만든 반찬과 차로 건강한 아침상을 대접한다.
지난 17일에도 오전 7시 30분까지 아침밥을 차리기 위해 백씨는 5시 30분부터 일어나 정성껏 밥을 지었다. 겨울에 사다 말린 생선과 아침에 바로 무친 나물들로 꽉 채워진 한 상, 한 그릇은 뚝딱이다.
이처럼 기존 강진 주민들과 은퇴 후 귀촌·귀향을 위해 강진을 찾은 이들이 푸소를 운영하며 각지 여행객들을 불러들인다고 한다. 실제 강진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푸소를 통해 강진을 찾은 사람들은 5만8328명으로 집계됐고 52억8200만원의 농가 소득을 창출했다.
또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생활인구 증대 사업과 관련한 대표 사례로 푸소를 선정하기도 했다. 생활인구란 교통·통신의 발달로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된 제도로 기존 주민등록 인구뿐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인구를 더한 개념이다.
푸소가 이름을 알린 건 사실 학생푸소 덕이다. 학생푸소는 학생들이 강진에서 묵으며 다양한 농가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재도 매년 600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농어촌 체험, 명소 탐방, 교육·힐링 체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도 부산 신도중학교 학생 200여 명이 학생푸소 체험을 위해 강진을 찾았다.
푸소 초기부터 강진군 병영면 한 골목에서 학생푸소를 운영 중인 서금덕씨(78)는 아이들에게 감 따기 체험 등 값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서씨는 “푸소 농가들이 힘을 합쳐서 하고 있고 조용한 시골마을이 활기차졌다”고 푸소의 장점을 소개했다.
강진군은 학생푸소의 성공을 계기로 공무원푸소, 일반인푸소, 일주일살기 푸소, 시티투어 푸소 등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매개가 되어줄 푸소운영자도 상시 모집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주택 공사비 등 지원금도 지급한다.
강진군청 한 관계자는 “귀촌·은퇴자 등이 신규로 푸소운영을 위해 주택을 짓거나 수리할 때 들어가는 공사비의 50%,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가전·가구 등 장비 설치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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