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개선안의 최초 평가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국의 5000여 곳 PF 사업장 중 3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 기준을 현재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단계로 세분화했다. 기존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회사가 대출액의 30%만 충당금을 쌓아도 됐지만, 앞으로는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때 당국이 최초 평가 대상으로 연체 또는 3회 이상 만기를 연장한 사업장을 지목한 만큼 금융권은 평가 대상 사업장의 대다수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캐피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금융권은 PF 사업 초기 단계인 브리지론의 비중이 높은 탓에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추가 충당금 압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금융권 경영에 무리가 없는 범위 내 추가 충당금 적립이 가능하다고 보면서도 PF 사업장의 경·공매가 본격화하면 사업장 구조조정이 빨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나신평은 캐피털 업계가 최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2금융권에는 △저축은행 1조~3조3000억원 △증권 1조1000억~1조9000억원 등 세 업권에서만 최대 9조원에 육박하는 충당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신용평가에선 캐피털·저축은행·증권 브리지론 인허가 미완료 비중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모두 절반을 웃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 증권사 인허가 미완료 비중이 75%를 넘는 것은 물론, 규모가 큰 신용등급 AA급 캐피털사(61%)나 대형 증권사(58%)의 비중도 마찬가지였다. 인허가 미완료는 △토지매입률 △수익구조 △여신 만기 연장 횟수 △경·공매 유찰 횟수 등과 함께 PF 사업성 부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다.
2금융권을 비롯해 시행사 중심의 건설업계는 사업성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연쇄 부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 주장했다. 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PF 연착륙이라는 기조에는 공감하지만, 업계는 수조원대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업계가 이를 모두 감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장 참여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 전 금융권 PF 담당 임원 대상 설명회를 시작으로 업권별 릴레이 설명회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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