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은 넓은 면적에 거대한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음에도, 인프라 투자 부족으로 개발이 늦어졌다. 최근 아프리카 전체 인프라 투자 수요는 연간 1300억~1700억 달러(AfDB)에 달하나, 실질 투자액은 620억~700억 달러에 불과해, 수요 대비 공급은 절반 남짓하다. 아프리카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볼 때, 인프라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인프라 건설 분야의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고려하여 對아프리카 진출 기회를 찾아야 할 시기이다.
[아프리카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사례]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20세기 중반 이후, 국제사회에도 잘 알려진 대규모 인프라 투자 사업들이 있었다. 1960년에 완공된 이집트의 아스완댐(Aswan Dam)은 하이(High)댐과 로(Low)댐으로 구성되어 나일강 유역에 홍수방지와 농업에 필요한 수자원 공급을 위한 목적이었다. 냉전시대 구소련은 이집트와의 긴밀한 우호 관계로 사업을 이유로 아스완댐을 지원했다. 1965년 완공된 가나의 볼타강에 건설된 아카솜보댐(Acasombo Dam)은, 영국과 미국기업이 합작하여 알루미늄 제련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고, 일부 전력은 지역에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중국이 관여해서 1970년대 6년간에 걸쳐 건설된 타자라철도(Tazara Railway)는 잠비아에서 탄자니아 다레살람항까지 1860㎞에 이르며, 잠비아의 광물 운송과 여객 이용을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중국 비동맹주의의 한 결과물이다. 2022년 완공된 에티오피아의 그랜드 르네상스댐(Grand Renaissance Dam)은 전력생산과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건설하였다. 댐의 규모는 우리나라 최대인 소양강 다목적댐의 3배에 이른다. 수단 및 이집트는 그랜드 르네상스댐 건설을 반대하며 에티오피아와 외교적 분쟁이 지금도 남아있다.
21세기형 실크로드라는 중국의‘일대일로 정책’에도 다수의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 사업이 포함된다. 아프리카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대부분 외국의 자본과 기술에 의해 추진되어 왔다.
[아프리카의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선은 2만6000㎞에 달하며 100여 개 항구가 있다. 2020년 물동량은 5억7700만 TEU에 달해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2021년은 코로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년과 비교하면 35% 증가했다. 2023년 역내 물동량은 28%를 차지했다. 대부분 항만은 시설이 노후되었고 하역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대형화된 선박의 접안시설이 취약하여 거의 모든 아프리카 항만에서 화물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의 해상물동량은 2040년에 이르면 20억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아프리카 항만의 확장, 건설 및 현대화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54개 국가 중 16개 내륙 국가가 있다. 항만과 연결된 도로 및 철도의 내륙 운송망이 있으나 비포장 도로, 노후화된 교량 등 기존 유통망의 부실로 내륙 운송비 증가 요인이 된다. 지부티항은 인구 1억2000만명이 넘는 내륙국가 에티오피아의 주 항만이다. 지부티-아디스아바바까지 도로 연장은 770㎞(철도는 753㎞)로 화물운송에 1주일이 필요했다. 도로 운송비는 부산-지부티까지 해상운임의 3배에 이르렀다. 2016년 지부티-아디스아바바 전철화 사업으로 내륙 운송료는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평균 3800달러에서 1511달러로 낮아졌다. 지부티-아디스아바바 전철화 사업은 중국의 유상원조로 추진되었다. 케냐의 뭄바사항에서 우간다의 캄팔라까지는 1440㎞에 이르며, 컨테이너 운송료 3250달러, 탄자니아의 다레살람항에서 르완다의 키갈리까지 1650㎞ 거리에 운송료는 4950달러에 이른다. 아프리카는 도로·철도·항만의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2% 이상 낮추고, 생산성은 40%, 상품가격은 30~40% 인상 요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항공 연결망을 확충해야]
아프리카 대륙의 역내 항공 연결망 확충은 우선 추진할 과제 중 하나이다. 아프리카는 세계인구의 17%를 차지하면서 항공 여객 수는 2.3%, 항공화물은 1.8%를 차지한다. 글로벌화와 더불어 아프리카 경제가 성장하면서 항공 여객 수는 2019년 2억2900만명에 달했다. 코로나 기간에 주춤했으나, 2024년 항공 여객 수는 2억4200만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고 연평균 5.1%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 항공여객의 28%가 역내 여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에서 인근 국가로 이동하려면, 불과 1~2시간의 비행거리를 두바이, 카타르, 이스탄불, 또는 유럽 도시로 갔다가, 다시 항공편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가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아프리카 역내 항공 연결망이 매우 제한적이고, 항공산업이 낙후되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전체 항공여객의 80% 이상은 외국 항공기를 이용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대륙에 477개의 국제공항(2024년)이 있고, 419개 항공사가 있으나, 대부분 운영부실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35년까지 항공여객 수는 3억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IATA). 아프리카 역내 항공편 및 공항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타의 인프라 분야 수요는 많다. 전력 수요는 늘고 있으나 아직도 약 6억명 이상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다. 도시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도시 인프라가 부족하여 도시 빈민촌(Shanty Town)이 증가하고, 거의 절반은 상하수도가 없다. 자동차 보유 증가에 따른 교통량 증가에, 도로 인프라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어 교통체증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AfCFTA는 인프라 건설의 모멘텀을 가져올 것이다]
2022년 1월 공식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출범은 전체 무역량 대비 역내 교역량 비중을 현재 18%에서 2030년까지 50%, 2024년까지 65% 이상 늘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도로·항만·철도·공항·전력 생산 및 송배전 등 관련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AfCFTA로 인한 역내 무역량 증가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에는 최근 새로운 단계의 인프라 건설이 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최대의 지열발전소인 케냐의 올카리아(Olkaria) 지열발전소는 6단계의 공사를 마치고 가동 중이다. 르완다는 내륙국가이면서 국가 차원에서 ICT 분야에 역점을 두어왔다. 한국 기업 KT가 진출하여 광케이블 및 인터넷망을 연결하여 아프리카의 ICT 선두 주자가 되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아프리카의 이커머스(e-Commerce)는 급성장했다. 인프라의 투자가 늘어나면 이커머스의 발전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의 아프리카 전체 인프라 건설 투자 규모의 증가 추세를 보면, 2000년 약 100억 달러에서 2023년 700억 달러로 약 7배 증가했으나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정부의 인프라 투자 규모는 2000년 국민총생산(GDP)대비 3.5%에서, 2016년 4.5%, 2023년 7.1%((IFC)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GDP 대비 인프라투자 비율 7.7%보다는 다소 낮았으나, 인도의 5.2%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아프리카 인프라 분야 진출은?]
한국 기업의 對아프리카 인프라 진출 분야에서, 공항 운영과 관련한 인프라 진출의 가능성은 높다. 인천공항은 세계 15개 국가 31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01년 운영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공사를 추진해왔고, 금년 4단계 확장공사를 마치게 된다. 2022년 인천공항의 국제여객 이용자 수는 5위, 국제 항공화물 물동량은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공항 서비스 부문 평가는 2005년부터 1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인천공항은 필리핀 마닐라 공항의 25년간 운영권을 계약했다는 기사가 있었으며, 해외 진출의 기회가 늘고 있는 증거이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크고 작은 많은 공항을 가지고 있다. 남한 면적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탄자니아의 경우 모두 166개 공항이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국토면적이 넓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등 각각 100개 이상의 공항을 운영 중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면서, 공항 운영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해 왔다. 인천공항 및 한국공항공사의 운영 노하우는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으로, 아프리카 항공산업의 새로운 발전 모멘텀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 기업은 항만의 건설 및 운영, 철도, 전력 생산 및 발전, ICT 시스템 구축 등 여러 인프라 분야에 국제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한 우리나라와 대만은 산업화와 더불어 적시성이 있는 인프라 구축과 병행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도 인프라 건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은 인프라 투자 확대와 기술인력의 충분한 공급으로 외국인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성공적인 산업화를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의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되면, 역내무역의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이는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견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은 오랫동안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인프라 건설 경험이 풍부하다. 6월 초로 다가온 ‘한-아프리카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한국과의 교류협력 요구는 늘어날 것이다. 對아프리카 교류협력 증가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다양한 인프라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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