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기업부채가 우리 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동산업 대출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20일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부채는 2734조원으로 본격적인 증가세가 시작된 2018년 이후 1036조원이나 급증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하 기업부채 레버리지)은 지난해 말 122.3%로 2017년 말(92.5%)보다 29.8%포인트 뛰었다.
국내 부동산 관련 부채 증가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2010년대 이후 주요국 부동산업 대출 연평균 증가율은 5~10%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2017년 13.1%로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이던 우리나라 GDP 대비 부동산 대출 잔액 비율은 지난해 24.1%로 높아졌다. 2022년 말 기준 유로 지역(14.7%), 호주(12.0%), 미국(11.3%), 영국(8.7%) 등보다 훨씬 높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업 관련 대출 확대가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효율적인 경영 활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부문에 빚이 몰리는 건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한은 측 판단이다.
류창훈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부동산 부문에서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전체 국가 경제 자원 배분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신용 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재차 집중되지 않고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거시 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채의 질이 저하되고 있는 건 위험 요소다. 전체 일반기업 차입 부채 대비 한계기업(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 부채 비율은 2021년 말 14.7%에서 2022년 말 17.1%로 높아졌다. 류 과장은 "한계기업이 부채를 통해 연명하는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과도한 금융 지원을 지양하고 회생 가능성에 기반한 신용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