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원구성 협상에 들어갔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와 상임위원장 구성은 국회의장 선거 후 이틀 이내에 배정하도록 돼 있다.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6월 5일 열리므로, 같은 달 7일까지는 원구성을 마쳐야 하는 셈이다.
다만 원구성을 정해진 기한까지 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20일 열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의 오찬 자리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 당초 원구성에 대한 의견을 일정부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회동은 빈 손으로 끝났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10주기 추모 상영회' 자리에서 "오늘 오찬 자리는 (의장직을 마무리하는) 김 의장의 소회나 당부의 말씀 정도를 들었다"며 "(원구성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협의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에 "김 의장이 해외 순방에 가있는 동안 추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지 않았나"라며 "그래서 관례적으로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야의 본격적인 협상은 21일 예정된 '2+2 회동'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양측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난다. 다만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견 대립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다시 심사해 국회 본회의로 올리는 권한이 있어 '입법 최종 관문'으로 불린다. 법사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로 올리는 걸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운영위는 기본적으로 국회 운영에 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곳이지만,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이 운영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각종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통상 원내 제2당이 맡았고 운영위원장은 여당 몫이었다는 관례를 내세워 두 자리 모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21대 국회에서 여당 법사위원장이 계류시킨 법안들이 몇 건이나 되느냐"며 "약 1700건에 이른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민생 법안이 죄다 폐기될 판인데, 우리가 어떻게 여당에 법사위원장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실을 피감하는 운영위원장도 집권 여당이 맡게 되면 일종의 이해충돌 문제가 된다"며 "대통령실 논란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할 수도 있지 않으냐. 대통령실 견제를 위해선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가져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다수 의석을 가졌다고 하지만 여당 입장은 생각도 않고 모든 요직을 독차지 하려는 것은 국회에서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법사위원장이나 운영위원장 자리 중 최소한 하나는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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